트랜스젠더, 남녀이분법을 깨다

성 구분없앤 ‘중립’공간 확산추세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증가로 성정체성이 다양해지면서 남성과 여성으로만 세상을 나눴던 구획선이 흔들리고 있다. 대다수 나라는 여전히 트랜스젠더를 이분법적 틀에 끼워 맞추려하고 있지만, 아예 성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성(性) 중립’ 공간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제시카 히클린(37)이라는 트랜스젠더 여성 죄수가 미주리주 교정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트랜스젠더로서 필요한 호르몬 치료를 금지당했다는 이유에서인데, 소송의 본래 목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를 남자로 봐야 하느냐 여자로 봐야 하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남자로 태어난 히클린은 처음 수감됐을 당시만 해도 남성이었기 때문에 남성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수감 도중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고 여성이 됐음에도 여전히 남자들과 한 방을 쓰고 있다.

미 연방사법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에는 히클린과 같은 트랜스젠더 죄수가 3200명이나 있으며, 이들 가운데 ⅓ 이상은 수감 중 성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히클린 역시 성폭행 피해를 고백했다.

미 법무부가 2012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트랜스젠더 수감자를 성정체성에 맞게 수감하도록 권고하고, 올해 3월에도 이를 재확인했음에도 여전히 개별 교도소에서는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 문제 역시 올해 내내 미국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3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트랜스젠더가 출생증명서 상의 성별과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화장실 법’이 제정된 이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법을 옹호하는 이들은 타고난 생물학적 성에 따라야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 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성정체성에 따라야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원의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월 연방항소법원은 버지니아의 트랜스젠더 학생이 제기한 소송에서 ‘학생들이 성정체성에 따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교육부 규정을 언급하며 트랜스젠더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난달 텍사스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화장실법’을 제정한 주정부들이 이를 막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주정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사는 “성은 태어날 때 결정된 남녀의 생물학적, 해부학적 차이를 의미한다”라고 정의했다.

스포츠에서도 트랜스젠더는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원래 남성으로 태어났다가 여성으로 전환한 경우가 문제가 된다. 남성의 운동 능력을 갖고 여성 선수와 경쟁하는 것이 불공평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몇년전 여성 종합격투기 챔피온이었던 론다 로우지가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인 팰런 폭스에 대해 “불공평한 이점을 갖고 있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철인 3종 경기 트렌스젠더 남성 선수인 크리스 모지어는 이런 주장에 대해 반박한다. 그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은 모두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펠프스(수영선수)가 긴 팔을 가졌다 해서 제한하지 않고, NBA가 키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남녀의 차이 역시 그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올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출전 기준을 완화해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선수도 출전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각계에서 논란이 계속되면서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서비스나 활동을 의미하는 ‘성중립’의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남성 전용이나 여성 전용이 아닌 ‘제 3지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령 미국 뉴욕은 지난 6월 시내 모든 1인용 공중화장실에 ‘성중립’ 간판을 부착하도록 하는 조례를 통과시켜 화장실의 남녀 구분을 없앴다. 트랜스젠더 인구가 많은 태국이나 중국도 이러한 추세는 마찬가지다.

김성훈 기자/[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