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모십니다’… 입점 문턱 낮추는 백화점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백화점은 상품 판매를 위한 중요한 채널이다. 상품을 만드는 브랜드들은 상품화보다 ‘채널’을 만드는 일이 더욱 어렵다고들 한다.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높고 취향이 ‘까다로운’ 고객들을 상대하는 백화점들은 브랜드에게 ‘꿈의 무대’나 다름없었다.

최근 백화점들이 높은 입점 문턱을 낮추며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과 제품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과 청년창업ㆍ중소기업 간의 상생이라는 목적에서 출발한 움직임들은 실제 매장 오픈까지 이어지면서 ‘메이저 채널’ 진출을 원하는 브랜드들의 사다리로서 역할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8월 19일부터 25일까지 본점 지하1층에서 진행한 디저트 플리마켓 ‘올 댓디저트 에프터 파티’에 참여한 ‘잼있는 인생’ 브랜드 제품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의 제의는 정말 큰 기회다.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 같았다”(이예지 잼있는 인생 대표).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본점 지하1층에서 디저트 플리마켓 ‘올 댓디저트 에프터 파티’ 행사를 진행했다. 플리마켓은 모두 청년 창업가들의 브랜드들로 구성됐다. 이 행사에는 ‘잼있는 인생’, ‘더담다주스’, ‘루핀’, ‘엘로꼬’ 등 총 5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우수 브랜드는 컨설팅을 거처 백화점에 입점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8월 19일부터 25일까지 본점 지하1층에서 진행한 디저트 플리마켓 ‘올 댓디저트 에프터 파티’에 참여한 ‘루핀’ 브랜드 제품 [사진제공=롯데백화점]

1인 가구ㆍ웰빙 등 트렌드를 담아낸 청년창업가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은 고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플리마켓 참여 브랜드 중하나인 ‘잼있는 인생’은 1인 가구의 증가에 맞춰 적은 용량,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눈에 띄는 네이밍 아이디어로 차별화를 꾀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삼각 플라스크 형태로 잼 병을 만들고, 박스 포장 겉면에는 ‘처방잼’이라고 이름 붙였다. 잼있는 인생 이예지(29) 대표는 “인생이 재미없는 이들에게 ‘잼’을 처방해준다는 뜻을 새겨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난ㆍ매장오픈 등 험난한 창업 과정을 거쳐 온 창업가들에게 백화점 판매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클렌즈 주스ㆍ디톡스 주스 등을 판매하는 더담다의 배우리(38) 대표는 “더담다는 이름이 가진 것 처럼 겸손과 배려, 나눔의 브랜드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은 역할을 하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이 과정에서 롯데백화점 행사는 좋은 기회였고,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롯데백화점은 디저트 플리마켓으로 유명한 ‘올댓디저트’와 손잡고 청년 사업가들이 만든 에끌레어, 마카롱, 잼, 타르트 등을 판매하는 플리마켓 및 공모전을 진행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김나연 식품컨텐츠개발 수석바이어는 “고객은 독특한 수제 디저트를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으며, 청년 사업가는 백화점 팝업스토어 및 입점 기회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의 브랜드 컨설팅 기회를 받아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8월, 두 달반에 걸쳐 신세계의 협력회사를 공개모집하는 S-PARTNERS(파트너스)를 시작했다. 201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회째로 맞는 이 행사는 중소기업 브랜드의 백화점 판로개척을 돕고 경쟁력 있는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 MD경쟁력을 높이는 신세계의 상생활동이다. 올해는 최종 선정 브랜드를 기존보다 2배 늘린 총 15개 브랜드를 선발키로 했다.

S-파트너스는 실제 매장 오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회 S-PARTNERS를 통해 소개된 아쿠아 슈즈 브랜드 ‘밸롭’은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높은 매출을 올렸다. 오는 9일 그랜드 오픈하는 스타필드 하남에는 정식 매장을 연다. 3회 때 소개된 생활브랜드 ‘프루라쥬’는 현재 센텀시티점과 의정부점에 정식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의 S-파트너스로 선정돼 현재 센텀시티점과 의정부점에 정식 매장을 연 프루라쥬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S-파트너스 참여 브랜드들은 온라인 접수 후, 서류 심사와 바이어들의 현장방문 및 상품심사 등 약 3주간의 엄격한 과정을 거쳐 최종 컨벤션에 참여할 기회를 받고, 최종 컨벤션에서 유명 패션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평가만 반영해 S-파트너스로 선정된다.

신세계백화점 지원본부장 박주형 부사장은 “S-파트너스는 새로운 동반 성장 모델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며 “더 많은 우수 중소 브랜드들이 백화점 고객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소개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S-파트너스로 선정된 밸롭은 오는 9일 그랜드 오픈하는 스타필드 하남에도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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