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물이랑 친한데”…檢수사에서 또 드러난 ‘후진적 인맥 문화’의 민낯

-박수환부터 김형준 사건까지…여과없이 드러난 인맥ㆍ청탁 문화

-28일 김영란법 시행으로 획기적인 변화 있을 지 주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재계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기업들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챙긴 박수환(58) 뉴스커뮤니케이션스(이하 뉴스컴) 대표가 지난 12일 변호사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 대표는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측에 접근해 자신의 광범위한 인맥을 자랑하면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연과 지연, 혈연과 인정 등 특유의 인맥 문화에서 파생된 부정부패 사건이 매년 반복되면서 한국사회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도 유력 정치 인사들의 비리 스캔들로 확산되면서 권력층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인맥을 악용한 청탁과 로비, 각종 위법 등이 갈수록 대담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뿌리깊게 병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13일 대우조선해양의 전방위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 2009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할 처지에 놓여있던 금호그룹에 먼저 접근했다.

사장급인 본부장을 실제로 만난 자리에서 박 대표는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나는 일주일에 2∼3회 꼭 만날 정도로 매우 친밀한 관계”라며 “민 행장에게 부탁해 약정체결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장담했고, 사정이 급했던 그룹은 박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양측은 30억원 상당의 홍보 컨설팅 계약을 맺고 박 대표에게는 착수금 명목으로 11억원이 전달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기 전부터 이미 재무구조 개선 약정은 체결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로 민 전 행장조차도 번복할 수 없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박 대표의 호언장담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착수금이 전달된 지 20일 만에 해당 약정은 그대로 체결됐지만 그룹 측은 보복이 두려워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여기에 박 대표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로비’를 위해 힘써주겠다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대우조선에서 홍보대행비 및 자문료 등 명목으로 21억34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렇게 부당하게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피해 기업들은 “무작정 계약을 중단하면 인맥으로 보복을 당할까 우려해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법조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김형준(46)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김모 씨가 사기 혐의로 거래업체들로부터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내 친구가 잘나가는 부장검사다. 너희가 날 (감옥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아시아 국가들의 부패지수를 측정해 공개하는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는 ‘2015 아시아ㆍ태평양 국가 부패인식’ 보고서에서 한국을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최악’의 부패 인식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국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8일 김영란(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전격 시행되면 이같이 인맥으로 얽힌 한국 사회의 청탁ㆍ부정부패 문화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법치주의 실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인맥을 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치’와 돈으로 뭔가를 해결할 수 있다는 ‘돈치’에 있다”며 “김영란법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규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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