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건강 ④]기나긴 美 대통령들의 건강 문제 은폐의 역사…“신뢰 잃을라 숨기기 급급”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힐러리 클린턴이 폐렴 진단 사실을 즉각 공개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건강 문제를 감추려 애써 왔던 미국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1913년부터 1921년까지 재임한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은 베르사유 조약 찬성 여론을 조성하려 강행군을 이어가던 1919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 때의 병환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의 직무 수행에 걸림돌이 됐다. 아내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임기는 마무리했지만 그는 1924년 세상을 떠났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1921년 39세의 나이로 소아마비를 진단받았음에도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임기 중 그는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완전히 공개하기를 꺼렸고, 사적으로는 휠체어를 사용했으면서도 공개 석상에서는 사용을 피했다.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4선에 성공한 그는 네 번째 임기 중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1953년부터 1961년 재임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세 번의 위기를 맞는다. 1955년에는 심장마비로 몇 주간 간호를 받아야했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때문에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1957년 말에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뇌졸중도 겪었다.

1961년 취임해 1963년 암살로 세상을 떠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경우 재임 중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2년 대통령 역사가인 로버트 달렉은 케네디가 퇴행성 뼈 질환(degenerative bone disease)을 앓고 있었으며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약을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69세로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의 나이에 1981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 중 몇 차례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1985년에는 결장암 수술을 받게 돼 8시간 동안 부통령이었던 조지 H.W. 부시에게 대통령직 권한을 이양했다. 백악관을 떠난 후 5년 뒤에는 그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공공에 알려진 것보다 더 빠른 시기 레이건이 알츠하이머에 걸렸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레이건에 이어 취임한 부시는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가 주최한 연회에서 구토하고 졸도에 이른다. 대변인은 잠시 설사성 감기의 영향을 받았던 것뿐이라며 대통령 건강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윌리엄 해리슨 전 대통령, 재커리 테일러 전 대통령, 워런 G. 하딩 전 대통령 또한 루즈벨트와 같이 병환으로 임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건강이 자신의 정치 생명과 직결되는 탓에 수많은 전 대통령들은 대선주자 힐러리처럼 건강 문제를 명확하게 드러내기를 꺼려 왔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질병을 연구해온 러트거스대학교 로버트 라히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정치인, 나아가 대통령으로서 경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해야 한다”면서 “역대 대통령들은 본인의 질병을 항상 숨기려고 했다. 건강상태가 드러나면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을 거란 두려움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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