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號 출범, 책임경영 탄력 받는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사의 등기이사 자리에 오른다. 최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체하고, 또 대주주 오너의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전자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다음달 열릴 임시주총에서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이 부회장은 바로 등기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이 부회장 및 삼성전자의 전격적인 경영 전면 배치 결정은 책임경영 강화가 공식 배경이다.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 이후 여러 위기 속에서도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샘이다.

이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 여기에 건설과 중공업, 전자, 금융 등 그룹의 주력 사업 전반에 불어닥친 글로벌 위기 속에서 삼성은 끊임없이 변신하고 도전하며 ‘세계 최고’의 신화를 이어갔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가 보여준 올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삼성의 생존 능력을 잘 보여주는 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스마트폰 ‘갤럭시S7’의 선전 등으로 매출 49조7823억원, 영업이익 6조6800억원을 기록했다. 이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6% 늘었고 영업이익은 11.65% 증가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급락 속에 미국과 대만, 일본 주요 경쟁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서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2조원이 넘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거뒀다. 또 스마트폰 사업 역시 지난 2년간 모델 라인업을 재조정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3조원이 넘는 흑자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전작의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수정하며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한 지난 2년간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다.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의 방향을 골자로 하는 ‘뉴 삼성’ 프로젝트는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2년간 힘써왔던 신수종 사업 역시 안착하는 모습이다. 바이오 시밀러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20억원의 가시적인 매출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또 유럽과 미국에서 개발한 신약에 대한 판매 허가를 잇달아 획득하면서 각 품목별로 280억원 이상의 로열티도 확보했다.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약품 생산 기지를 마련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말 증시 상장을 예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매출 1조원, 2025년 매출 2조원을 목표로 삼았다. 영업이익률은 30~40%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내우외환’, 그리고 이재용 체제에 대한 시험은 아직 진행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원유가 하락에 따른 중공업 사업의 구조적인 위기, 건설 사업의 여전한 불확실성은 삼성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다양한 사업 영역 확장과 재편에도 가시적인 성과는 여전히 부족하다. 통합 후 첫 분기인 작년 4분기에 890억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 역시 43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원자재값 하락, 해외 건설시장 부진 등의 여파로 주력인 건설, 상사 부문이 타격을 입은 까닭이다.

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6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숫자상의 흑자일 뿐, 당장 올 연말 ‘수주 절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올해 4월까지 단 한척의 신규 수주도 기록하지 못했다. 여기에 주력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제품인 갤럭시노트7도 베터리 과열 논란에 대규모 리콜을 단행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바이오 사업을 통해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이 이번 등기이사 선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발휘되기를 기대했다. 삼성물산 합병주총 당시 글로벌 주요 주주들을 직접 만나는 스킨십 경영으로 엘리엇의 반대를 이겨낸 것, 또 미국까지 날라가 애플과 특허 소송의 실마리를 찾고,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근(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주목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병원 시스템의 대대적인 혁신을 약속하며 위기를 정면돌파했던 모습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는 의미다.

choijh@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