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기이사 선임… 삼성 “이건희 건강 문제없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삼성전자가 12일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결의한 뒤 제기되는 ‘이건희 건강 이상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이자 프린팅 사업부 매각 안건이 겹치면서 확정된 사안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2일 “이건희 회장의 건강은 문제 없는 상태다. 이 회장의 건강이 상대적으로 나빠져 이 부회장이 이사회 등기이사에 들어가는 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정기 주주총회가 아닌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등기이사 등재 시점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회장 건강 이상설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삼성전자는 이사회가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그간 꾸준히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오랫동안 권유해왔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장기간 와병 중인 상태여서 이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삼성전자가 프린팅사업부를 휴렛팩커드(HP)에 매각하는 안건이 있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함께 처리되도록 주총 안건으로 상정됐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판’이 최근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더 강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본인이 직접 책임지고 위기를 돌파해야 할 상황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은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사용중지 권고를 받은 바 있고, 여기에 영향을 받은 각 항공사들이 기내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외국기업 때리기’ 시각도 있지만 분명한 점은 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 위기 상황에서 오너 경영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분위기 반전을 꾀한 사례를 떠올리기도 했다.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차량 급발진 사태로 960만대를 리콜조치하고 창사 이래 최대인 4천600억엔(약 5조원)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위기를 맞았을 때 전격적으로 오너 경영체제를 도입한 바 있다. 창업자 가문 출신인 도요다 아키오 대표가 14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위기대응을 위해 나선 적도 있다.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질병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자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직접 육성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맡아온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았다.

다만 이 부회장이 단기간 내에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거나 이사회 의장이나 대표이사 부회장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그룹 회장직 승계와는 무관하다”면서 “연말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이 부회장이 회장직으로 승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등기이사가 됐다고 당장 이사회 의장이나 대표이사 부회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걸려야 한다”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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