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달의 연인’… 아이돌 연기 논란부터 사전제작까지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가진 달란트는 많았다.

중국 작가 동화의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다 후난위성TV ‘보보경심’의 리메이크작이다. 여기에 “중국 역사에서 고려 역사로 시대 배경을 바꿔 한국적 정서를 더했다.”(조윤영 작가) 입증된 극본에 미국 NBC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YG엔터테인먼트가 투자에 참여,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가세했다. 연출을 맡은 김규태 감독은 드라마 ‘아이리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라이야’ 등의 작품을 통해 뛰어난 영상미로 정평이 나있는 바였다. 여기에 이준기, 강하늘, 홍종현 등 8명의 황자를 필두로 한 ‘꽃미남’ 군단에 아이유까지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전제작을 통해 중국과 더불어 동남아시아로의 진출까지 꾀했다.

[사진=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포스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박보검, 김유정을 필두로 한 동일 사극 드라마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시청률에 반 토막이 나더니 지난 12일 방송 분에서 시청률 20%를 돌파한 ‘구르미 그린 달빛’과 큰 차이를 내며, 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 그쳤다. 2회 연속 방송, 감독판 특별편 재방송 등으로 이를 타계하려 했지만 비단 시청률을 떠나 아이돌 연기력 논란, 산만한 스토리 등 작품을 둔 갑론을박에 몸살을 앓았다. 사전제작이기에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우려가 현실로… 아이돌 연기력 논란= 주연 배우인 아이유가 캐스팅됐을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는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던 부분이다. 현대극에서는 연기경험이 있지만, 첫 사극 도전이었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백현과 소녀시대 서현까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뚜껑을 열어 보니 아이돌 연기자라는 꼬리표가 다시 나붙을 수밖에 없었다. 이준기가 말했듯 “아이유가 맡은 역할이 굉장히 큰 역할이자, 극을 이끌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이지만, 김규태 감독의 클로즈업에서 연기 구멍은 여실히 드러났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김규태 감독의 장점인 클로즈업이 빛을 발하려면 배우의 미묘한 표정 연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눈빛 연기나, 미세한 표정 변화 등 감정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클로즈업에서 디테일이 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시청자 게시판에는 백현에 대한 피드백도 만만치 않았다. 사극 연기 톤이 어색하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극에서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 10황자 역을 맡은 백현은 8 황자 중 한명으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이 매끄럽지 않다는 평도 함께였다. 소녀시대 서현은 지난 6회에 첫등장했으나 분량이 미미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미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겨냥 사전제작, 수출길 가로막히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100% 사전 제작 드라마다. 중국 심의를 받기 위해 미리 제작을 완료, 결국 중국 동시 방영권을 얻어 냈다. 이 외에도 일본, 태국, 홍콩, 대만, 싱가폴 등에서 동시 방송되고 있다. 특히 드라마 방영 전 회당 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억 5000만 원에 미리 수출됐다. 이는 앞서 사전제작 드라마로는 최대 성적을 낸 KBS2 ‘태양의 후예’를 뛰어넘는 금액으로 한국 드라마로는 역대 최대다. 미국 NBC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아시아 드라마 투자도 이례적인 일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가 사전 판매를 떠나, 한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각종 PPL과 광고로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인 것과 달리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추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시청률이 5%대까지 떨어지면서, 광고판매에 빨간 등이 켜졌다. 상대극 ‘구르미 그린 달빛’이 쇄도하는 광고 요청으로 15초 광고 두개가 더 붙어 방송 분량 30초를 줄여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과는 반대다. 방송계 관계자는 “이미 사전 수출로 제작비 일부를 충당할 수 있었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평가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국에서 호응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사전 제작이기에 피드백도 반영할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8%대 시청률로 종영한 사전제작 드라마 KBS2 ‘함부로 애틋하게’가 안고 갔던 숙제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방송계 관계자는 “초반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고, 연기력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분량이나 대사를 축소하거나 연기에 변화를 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제작 드라마가 해외 시장을 열 수 있는 포문으로, 큰 수익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외면받으면, 이 드라마를 보고 투자한 한국 투자, 제작사들과 케이블 방송사 등 줄줄이 이어지는 타격이 크다”며 “그때 그때 피드백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전제작 드라마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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