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잊은 사람들 ①] “아들이 여행 가자 했지만…전 쓰레기와 전쟁 하렵니다”

-명절 거리는 쓰레기 천국…길거리 쓰레기 양 더 늘어

-서울시 환경미화원 비상근무…“죽었다 각오하고 청소”

-“25년간 명절 통째로 반납…귀향은 꿈도 못꿨죠”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명절 연휴기간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옵니다. 연휴 기간 ‘죽었다’ 각오하고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쓰레기만큼 쌓이는 주민들의 민원과 원성을 볼 때면 억울한 건 사실이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대부분 시민들은 닷새간의 긴 연휴 기간동안 가족들과 둘러앉아 한가위 여유를 즐기겠지만,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없이 그리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명절기간 더 많은 쓰레기와 한판 전쟁을 벌여야 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일부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 신분이긴 하지만 빨간 날 제대로 쉴 수 없다. 

[사진=  추석연휴 환경미화원들은 더 늘어나는 쓰레기에 매번 ‘죽었다’ 생각하고 길을 나선다. 이들은 남들 쉴 때 힘겨운 일해야 하는 고충이 있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서울 성동구 환경미화원 전관호(58) 씨의 명절은 25년째 ‘반납’이다. 충청북도 충주시가 고향인 전 씨는 “25년간 추석에 고향을 내려간 기억이 없다”며 “특히 명절 때는 쓰레기가 평소보다 훨씬 더 나와 힘들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전 씨는 명절에도 고향을 가지 못하는 게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면역력도 생겨 오히려 거리를 지키는 게 편하다고 한다.

전 씨는 “가족들도 포기했다”며 한숨을 내쉬곤 “이번 추석명절에는 아들이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길거리에 쌓이는 쓰레기를 생각하면 편하게 쉴 수는 없었다”고 했다. 결국 전 씨만 빼고 아내와 아이들은 이번 연휴기간 가족 모두 해외로 떠난단다. 

[사진= 추석연휴 환경미화원들은 더 늘어나는 쓰레기에 매번 ‘죽었다’ 생각하고 길을 나선다. 이들은 남들 쉴 때 힘겨운 일해야 하는 고충이 있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5일간의 황금연휴 기간 성동구에서는 환경미화원 373명(직영 216명, 대행 157명) 중 45%에 해당하는 170명(직영 105명, 대행 65명)이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긴 추석 연휴만큼이나, 서울시내 길거리에는 각종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추석 연휴에는 자원회수시설과 수도권매립지 등 폐기물처리시설이 휴무함에 따라 쓰레기 수거도 중단되기 때문에 길거리에는 양심까지 길바닥에 버린 사람들이 많다.

환경미화원들에게 명절은 근무인원은 줄어도 할 일이 늘어나는 기간이다. 성동구의 경우 쓰레기 양은 지난해 추석 하루 205톤이 쏟아져 평상시(189톤)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재활용쓰레기가 평상시(30톤)보다 5톤이나 늘어난 35톤이나 됐다.

새벽부터 거리를 지키는 환경미화원들의 할 일이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선물용 박스와 음식물 쓰레기 등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양이 급격히 늘면서 일의 강도도 높다. 새벽 4시부터 쓰레기와 전쟁을 벌인다는 전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전통시장이나 학교 주변에서 스티로폼이나 일반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며 “수거를 하지않아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길거리에 무단투기가 늘어나는 식당 밀집지역은 막막할 정도”라고 했다.

전 씨는 “명절 대학가 주변에는 술 한잔 마시고 길거리에 구토하는 경우가 많고 일회용 커피컵도 수북하다”며 “하루종일 더 힘들게 일을 해도 민원이 더 많아 억울하기도 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성동구 소속 환경미화원 이윤식(60) 씨도 명절이면 일이 더 힘들어진다고 푸념을 했다. 28년의 세월동안 거리의 쓰레기를 쓸고 담았다는 그는 “명절기간 거리에는 무단으로 버려진 포장용 스티로폼들이 나뒹굴고, 종량제 봉투를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요즘은 고향을 찾지 않은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거리의 쓰레기도 부쩍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학가 새벽은 담배꽁초 천지다”며 “주민들 인식이 좀 달라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우리도 주민들을 위해 거리를 깨끗이 청소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추석 연휴 쉴 수도 있지만 쓰레기가 워낙 많아 책임의식이 생긴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추석연휴 전날인 13일 오후 9시부터 18일 자정까지 5일간 일반ㆍ음식폐기물과 재활용품류 등 쓰레기 수거를 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연휴기간 쓰레기는 각 가정ㆍ상가에서 보관하고 19일에 내놓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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