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산업의 산 증인,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 별세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47년간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 외길을 걸어온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12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다.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함 명예회장은 경기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1969년 오뚜기식품공업을 설립했다. 


그는 선구자의 길을 걸으며 국내 식품산업을 발전시켰다. 1969년 5월 국내 최초로 카레를 생산해 대중화시켰고, 1971년 8월에는 토마토 케첩, 1972년에는 마요네즈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산ㆍ판매했다.

1978년에는 국내 최초로 2단계 고산도 식초 발효공법에 의한 2배 식초, 3배 식초를 출시하면서 뛰어난 발효 기술력을 입증했다. 아울러 사과식초, 포도식초, 현미식초 등 식초의 다양화를 이뤘다.

함 명예회장은 맛과 품질에 대해 소비자에게 철저히 책임을 지는 기업인이 되고자 했다. 그는 ISO나 HACCP 인증 획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항상 ISO와 HACCP 체제로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라 여겼다. 매주 금요 시식에 직접 참여해 시식 평가를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맛과 품질에 대해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직접 챙겼다. 이러한 그의 집념과 철학은 오뚜기가 국내 식품회사 중 가장 많은 1등 제품(카레, 케첩, 마요네즈, 레토르트, 식초, 마가린, 참기름, 스프, 당면, 미역, 드레싱, 육류소스, 후추, 겨자, 와사비, 국수, 물엿, 쨈, 즉석국 등)을 보유하는 밑거름이 됐다.

또한 그는 영업사원이 거래처를 직접 방문해 제품에 대한 소개와 진열을 통해 점주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소비자와 직접 대면을 통해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루트세일(Route Sale)도 국내 최초로 실시했다. 국내 최초로 시식 판매 및 판매여사원 제도를 도입, 당시로서는 혁신적이고 선진적인 마케팅을 실행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움직이는 차량 광고, 제품 박스를 통한 광고 등을 도입했다.

함 명예회장은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미래 사회의 주인공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후원 사업을 구상하던 중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이 10세 이전에 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심장재단과 결연을 맺고 1992년부터 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매월 5명으로 시작한 후원은 점차 그 인원을 늘려 현재는 매월 23명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4242명의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사했다.

2012년부터는 장애인학교와 장애인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밀알재단의 ‘굿윌스토어’를 통해 장애인 자립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선물세트 조립 임가공 위탁, 판매 물품 지원, 물품 기증 캠페인, 자원봉사활동 참여 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함 명예회장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할 유능한 인재 양성을 통해 국민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기업의 또 다른 책무라는 소신을 갖고 1996년 사재를 출연해 오뚜기재단을 설립했다. 오뚜기재단은 1997년부터 대학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687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2009년에는 오뚜기학술상을 제정, 연 2회 한국 식품과학회와 한국식품 영양과학회를 통해 식품산업발전과 인류 식생활 향상에 기여한 공로가 큰 식품관련 교수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오뚜기학술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생활용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결식아동, 홀로 사는 어르신, 장애인 등 우리 사회 저소득 계층에 식품을 지원해 주기 위해 1999년부터 전국 11개 광역 푸드뱅크를 통해 물품을 후원하고 있다. 2012년 8월에는 오뚜기봉사단을 출범시켜 나눔과 봉사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함 명예회장은 지난 2005년 해외 신시장 개척 공로를 인정 받아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국민 식생활 개선을 통해 국가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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