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대 지진] 매뉴얼ㆍ골든타임ㆍ사후대책…결국 ‘3無’였다

-정부 ‘재난 수습 컨트롤타워’ 실종

-재난문자 늦게 보내고 홈피도 먹통

-“대형 재난, 믿고 맡길 수 있나 의문”

[헤럴드경제=유오상ㆍ이원율 기자]결국 3무(無)였다. 매뉴얼도, 골든타임도, 사후대책도 없었다. 13일 여진이 발생했지만, 국민들 불안을 잠재울 방편을 제대로 내놓지도 못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방심을 했다곤 하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추석 연휴를 불과 이틀 앞둔 지난 12일 오후 8시32분. 경북 경주 남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다.

같은 날 오후 7시44분 경주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의 첫 지진이 나타나, 자정까지 무려 91차례의 여진이 진앙 인근에서 발생하는 동안 국민들이 믿고 기대야 하는 정부, 특히 ‘재난 수습 컨트롤타워’라는 국민안전처와 각종 천재지변을 예측하는 기상청은 매뉴얼, 골든타임, 사후 대책이 하나도 없는 ‘3무(無) 상태’에 빠져 있었다. 연휴가 겹쳐 짧지만 활기찬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저녁,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13일 안전처, 기상청과 복수의 관련 전문가 등에 따르면 정부의 무대책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 12일 저녁부터 밤까지 내내 계속됐다. 안전처는 첫 지진이 발생한 지 8분이 지난 뒤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안전처 홈페이지는 지진 발생 이후 줄곧 먹통이었다.

안전처는 “첫 지진 발생 즉시 방송국에 재난방송을 요청했다”며 “오후 7시52분 송출반경 120㎞에 해당하는 부산, 대구, 울산, 충북, 전북, 경북, 경남 등의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주의를 요청했다”고 했다. 첫 지진이 발생한 오후 7시44분32초에서 8분 가량 지난 때였다.

‘재난상황 발생 시 즉시 문자를 발송해야 한다’는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만일 규모 6.0 이상의 대형 지진이 발생해 중상자가 나왔을 경우 자칫 생명을 살릴 ‘골든타임(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까지 놓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더욱이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의 국민들이 이번 지진을 느꼈지만, 긴급재난문자는 진앙 인근 지자체에만 발송됐다. 문자를 받지 못한 수도권 등 다른 지역 주민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방송, 인터넷 등의 뉴스를 접하고서야 지진이 났음을 알 수 있었다.

이뿐 만이 아니었다. 지진 후 국민들이 숙지해야 할 사후 대책도 허술했다.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오후 8시32분께 안전처 홈페이지는 줄곧 ‘먹통’이었다. 재난안전정보, 국민행동요령 등을 파악할 수 없었다. 같은 시간 국민들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 점검 작업으로 인하여 현재 웹서비스가 중단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다.

사후 대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관리사무소 방송으로 아파트를 나선 주민들이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한참을 밖에서 떨어야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부산지역의 한 주민은 “일단 대피하라고 해서 아파트 밖으로 나섰지만, 관리실이나 주민이나 향후 대처 요령을 몰라 놀이터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전처가 ‘3무’를 넘어 ’안전불감증‘에 빠진 것은 아닌 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처가 지진발생에 대해 일본처럼 긴급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지진 같은 대형 재난의 경우 과연 안전처에만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기상청도 마찬가지였다. 지진 문자 통보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았고, 이날 오전까지 계속되고 있는 여진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민간 기상업체 관계자는 “기상청이 ‘지진 종료’ 선언을 한 뒤에도 여진이 발생해 국민들을 사실상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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