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요? 나에겐 황금알바 기간이죠”

취업준비생 이지현씨
고향에 내려가도 눈치보이고
백화점 알바로 생활비 보태
일당 7만~13만원 고수익 짭짤
취준생 72% “연휴중 구직활동”

#1. 서울 성북구 원룸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지현(24ㆍ여) 씨는 ‘최종 합격’ 문자를 받고 환호했다. 그는 추석 연휴 백화점에서 16~18일을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을 꼼꼼히 읽은 후 고향 집에 전화를 걸어 “알바가 잡혀 추석에 가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이 씨는 “사촌들도 다 취업한 마당에 나는 가봤자 눈치만 보인다”며 “부모님께 죄송스럽지만, 오고가는 교통비 10만원이 부담되는 상황에 오히려 백화점 추석 알바로 생활비 한 푼 더 버는 게 낫다”고 했다.

#2. 광진구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취업준비생 이모(26) 씨는 집에는 간다는 전화도 하지 않고 추석 알바부터 구했다. 그는 2012년 군대 제대 이후 명절에 고향집을 들린 적이 한 번도 없다. 평소에도 ‘오지랖’이 넓은 친척들의 관심에 진절머리가 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누구는 이번에 OO기업에 취직했다는 말을 듣는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이번에는 연휴가 길어 식당 알바를 하면 다음달 토익학원비를 벌 수 있다”고 했다.

추석 황금 연휴는 취업준비생들에겐 ‘황금 알바기간’이다. 추석같은 명절에 알바를 하면 고향에 가지 않을 명분이 생길 뿐 아니라 휴일수당까지 더한 두둑한 봉투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취업준비 비용을 마련하려는 취업준비생과 대학생까지 취업난, 경기불황 등을 타개하려는 자구책으로 단기 알바를 찾는 이들이 적잖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찰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전모(28) 씨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추석도 고시원에서 지내며 알바를 하기로 했다. 3년째 공무원 시험을 한다는 말에 친척들이 지을 표정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전 씨는 “다른 일 준비할 생각은 없느냐, 내년까진 합격해야지 않겠느냐 등 핀잔 받을 게 뻔한데 그 가시방석으로 가고 싶지 않다”며 “작년에 알바로 일한 적 있었던 출판사에서 책포장 일손이 부족하다는 연락이 와 그리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가족없이 명절을 보내는 건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며 “하루 빨리 합격해서 친척들 앞에 당당히 서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추석연휴 알바가 편하다고 하는 현상은 취업준비생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나아질 기미가 없는 청년 취업률은 아직 학점과 영어점수를 신경써야 할 대학생들의 발까지 묶고 있다.

대학생 김민우(23) 씨는 “학과 특성상 졸업을 앞두고 따야 할 자격증이 많아 미리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며 “10~11월에 실습시험을 두개나 치러야 하는데 준비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추석 알바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부모님이 섭섭해하는 눈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그는 “예전에는 추석이라면 잠도 못 이룰만큼 설레는 날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빨간 날’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최근 구직자 409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포털 사람인의 올해 추석연휴 구직활동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71.9%는 ‘구직활동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쉬면 불안할 것 같아서’(45.2%, 복수응답), ‘놀면 눈치가 보여서’(30.6%)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구직활동 핑계로 가족모임을 피하고 싶어서’(15.6%), ‘시간이 부족해서’(13.3%)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54.4%는 명절연휴지만 구직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데 손을 들었다.

강문규ㆍ이원율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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