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임경영 통한 삼성의 위기극복 의지 환영할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기로했다. 벌써 이사회 결의는 마쳤으며 내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경영를 실질적으로 총괄해 오고 있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그의 경영 활동 반경은 한층 더 넓어졌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통한 경영 전면 등장은 시간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삼성전자가 전에 없는 위기 국면에 봉착하자 그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도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도 결코 회피하지 않겠다는 ‘정면돌파’의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은 삼성그룹의 3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AP 등 해외 언론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주목하며 “오너 3세가 이끄는 삼성그룹이 새로운 시대를 맞았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최고 정보통신(IT) 기업의 경영 환경 변화인 만큼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 경영참여를 회장직 승계를 위한 전 단계로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 경영권 승계보다 중요한 것은당장 발등의 불인 리콜 사태부터 슬기롭게 넘기는 일이다. 이 부회장이 내년 정기주총까지 기다리지 않고 임시 주총을 열어 서둘러 등기 이사를 맡게 된 것도 사안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반증이다. 이번 일로 삼성전자는 최소한 1조5000억원 이상의 금전적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더 화급한 것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설령 이번 고비를 넘겼다 하더라도 품질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내부 혁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등기이사’로서 이 부회장이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의 향후 행보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량 리콜과 자발적인 사용중지권고에 이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삼성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냈다.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1등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멀고 험난한 항해의 키를 쥐게 된 이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골이 깊으면 그만큼 산이 높다는 의미다. 위기를 기회로 연결하는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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