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용주의 강화·공격적 M&A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랜 고민 끝에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을 수용키로 함에 따라 ’이재용식 책임경영‘이 어떻게 나타날지 이목이 쏠린다. 
이에 대해 재계는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과 실용주의 노선의 경영혁신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사회 등장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대주주 오너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 때문에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역량 강화, 이를 위한 M&A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2면
큰 틀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방식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이 부회장이 최근 수년간 삼성그룹 안에서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지적받았던 방위산업·석유화학 부문을 두 차례에 걸친 빅딜을 통해 한화와 롯데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삼성은 방산·유화부문을 분리해 체중을 빼는 대신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사업 등 신 사업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신설한데 이어 최근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의 부품사업부문인 마그네티 마렐리의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B2B(기업간 거래)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의 럭셔리 빌트인 가전업체인 데이코를 인수했다. 루프페이(전자결제), 스마트싱스(사물인터넷) 등 기술이 특화한 실리콘 밸리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혁신 DNA를 이식하고, 이와동시에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미래 전략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기업은 어느 곳이든 인수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이사회 일원이 되기로 한 날, 삼성전자가 프린팅 솔루션 사업 부문을 이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HPI(휴렛패커드 인코퍼레이티드)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 꼭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키울 사업은 키우고, 그렇지 못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보수적인 색채의 체질혁신을 위한 경영혁신 작업도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최근 삼성전자 안에서 불고 있는 실용주의 바람의 주체는 이 부회장이다. 그는 스타트업 컬처혁신을 주문하면서 삼성전자 조직내부 곳곳에 혁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의 방향을 골자로 하는 ‘뉴 삼성’ 프로젝트는 또 한차례 큰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갤럭시노트7이 직면한 위기 돌파 해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 이후 이 부회장은 관련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고 수습대책을 진두지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정공법을 통한 조기 위기수습이 그의 전략“이라며 ”문제의 원인을 찾아 신속히 사태를 해결하되,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시엔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위기를 수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발화 사고 직후 이 제품의 전량 리콜을 결정한 것도 이 부회장의 판단이 주효했다. ‘신뢰의 위기가 기업의 위기’라는 판단에 따라 불량률, 사고율에 관계없이 전량 리콜을 실시해 신뢰를 회복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한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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