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등기이사 아니었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등기이사가 아니었냐’는 되물음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는 것은 삼성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그간 재계에선 등기이사 등재를 ‘책임경영’의 신호탄으로 여겨왔지만, 오너 일가 가운데 등기이사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회사의 변화 상황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하며 연봉이 공개된다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 여부는 수년간 재계 안팎의 관심 사안이었다. 특히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예상밖의 기나긴 와병에 들어가면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삼성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것에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오너 일가와 같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면서 등기이사 미등록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다. 실질적 책임은 피하면서 과도한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5대 그룹 총수 일가 가운데 등기이사에 등록된 이는 드물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게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여타 그룹을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에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LG그룹에선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이, 롯데그룹에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이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다. 오너 일가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숫자와 비교하면 소수로 분석된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미등기 임원이고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사장 역시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배임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이 남아 있어 등기이사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간 등기이사 등재는 책임경영의 신호탄으로 여겨져 왔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가 재계의 ‘빅뉴스’로 여겨지는 이유다. 등기이사 등재와 함께 ‘책임경영’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것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면복권 됐지만 등기이사를 맡지는 않았다.

등기이사에 오르려다 대주주의 반대로 등재가 무산된 일도 적지 않다. 올해 3월 정기주주 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조석래 효성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조 회장이 횡령과 경제범죄 처벌 전력을 문제삼은 것이다.

여전히 재계 안팎에선 등기이사 등재 여부에 대해 갑론 을박이 존재한다. 등기이사 등재가 책임 경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긍정론과, 횡령과 배임 등 범죄 전력이 있는 인사가 등기이사에 등재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된다는 회의론도 있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는 “권리는 누리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과거 경제범죄 이력이 있더라도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최소한의 책임경영이 된다면 최악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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