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쟁점] 정부, 업계 복잡한 속내…‘분리공시제’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지원금 분리공시 의무화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정부, 제조사, 이동통신사 등의 속내는 복잡하다.

신경민ㆍ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단통법 개정안은 공통적으로 분리공시제 의무화 내용을 담았다. 분리공시제는 단말기 제조업체의 장려금과 이통사의 보조금을 별개로 공시하는 제도로, 현재는 이통사 보조금만 공개하고 있다.

정치권 뿐 아니라 분리공시에 찬성해온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단말 출고가의 거품이 빠져 소비자의 가계통신비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단말ㆍ통신 시장의 독과점이 고착된 상황에서 경쟁을 유도하려면 분리공시가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8월 말 열린 단통법 토론회에서 김보라미 변호사는 “국내 통신시장에서 휴대폰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 모두 과점사업자”라며 “통신사업자에게도 요금을 낮추라고 하는 동시에, 제조사에게도 이윤 착취 구조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리공시제는 제조사들이 국제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실제 도입에 난항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제조사들은 분리공시로 국내 판매 장려금 규모가 유출될 경우, 해외시장에서도 동등한 수준의 출고가 인하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분리공시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단통법 입법 당시에도 분리공시제 도입이 추진됐으나, 제조사들과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2014년 단통법 제정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휴대폰 제조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통법 시행령에서 분리공시제를 제외했다.

한편, 이동통신사들은 분리공시제 도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4년 당시만 해도 이통사들은 분리공시제로 휴대폰 실제 판매가가 노출되면, 제조사의 출고가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파트너인 제조사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분리공시에 찬반 입장은 따로 없다”며 “다만 분리공시가 이통사와 제조사가 보조금을 높여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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