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트럼프·클린턴 ‘벤처캐피털’ 중과세 공약 우려

실리콘 밸리 세금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두 대선주자의 대 실리콘밸리(IT) 정책은 극과 극을 달린다.

클린턴은 지난 6월 말 전 미국의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망 중립성 원칙을 확고히 지킬 것이며, 과학기술 교육을 뜻하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컴퓨터 과학 등의 과목에 5만 명의 교사를 추가로 양성할 계획 등을 요지로 한 ‘기술 혁신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실리콘 밸리에 보내는 힐러리의 러브 레터’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반면 트럼프는 석탄이나 자동차 산업 등 전통적인 ‘공장 산업’의 육성과 그 산업에 종사하는 미국인들의 이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아마존 창업자이자 워싱턴 포스트 소유주인 제프 베저스와 각을 세우는가 하면, 애플 아이폰 암호 해제 논란 때는 애플 불매운동을 언급하는 등 실리콘밸리와 끊임없이 반목해 왔다.

모든 현안에서 충돌하는 두 사람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벤처투자가에 대한 중과세다.

‘IT 친화론자’와 ‘IT 몰이해자’의 차이로 볼 수 있을 만큼 두 사람의 간극은 크다.그러나 이 두 사람의 공통된 실리콘 밸리 정책이 있다. 바로 벤처 캐피탈에 대한 중과세다.

벤처 캐피탈은 실리콘 밸리의 돈 줄이다. 이들이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느냐가 그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다.기술과 돈, 이 둘이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곳이 실리콘 밸리 생태계이다.

지금까지는 벤처투자가들의 성공한 투자에 대해 이익의 일정 부분을 받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자본소득으로 처리해 세금 혜택을 주어왔다. 일종의 투자 유도를 위한 정책적 혜택이었다. 하지만이들의 과도한 부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면서 클린턴과 트럼프 캠프 모두 사모펀드, 헤지펀드, 벤처투자가들이 이익으로 얻는 성공보수(carried interest)에 대한 과세 허점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자본소득이 아닌 경상소득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벤처투자가는 기존 20% 남짓 냈던 세금을 두 배 이상 더 내야 한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유력지인 ‘머큐리 뉴스’는 13일 “트럼프건 클린턴이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만일 그들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벤처투자가들은 성공한 벤처 투자에 대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미국벤처투자협회의 바비 프랭클린 회장은 “(그렇게 된다면) 실리콘 밸리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길 원한다면 과세하라”고 머큐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또 다른 벤처투자가는 “벤처투자는 말 그대로 성공확률이 매우 낮다. 실패하면 투자금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으로부터 받는 이익금으로 미회수 자금을 벌충한다. 그러나 성공한 투자에 중과세한다면 벤처투자가들은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 성공이 담보된 스타트업에 대해서만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머큐리 뉴스도 “벤처투자가들이 생명을 구하는 항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바이오테크 회사 등 장기적이고, 성공확률을 보장할 수 없는 투자는 꺼리게 될 것”이라며 “고위험-고이익(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실질적인 벤처투자는 찾기가 어려워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특히 돈 버는 생리에 밝은 벤처투자가들은 미국의 이런 중과세를 피해 인도,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회사를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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