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發 물류대란] 법정관리 기업에 자금압박 어디까지 가능?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 대주주의 책임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법정관리 기업에 어느정도 사재출연 압박이 가능한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물류대란과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한 자발적 형태의 사재출연 방식이 아닌 정부나 채권단의 강력한 공개 자금조달 압박이 법적인 기반을 흔드는 처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대주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주식회사의 유한책임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주주에 대한 출연 강요는 초법적 요구”라며 “채권단이 법적 근거도 없는 ‘주주의 무한책임’을 강요하고 있어 회사법상 주식회사 제도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법적으로나 회사경영 측면에서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에 대해 대주주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김창준 법무법인 세경의 대표변호사도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담보 또는 자금지원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배임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이 적은 지분으로 수십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기형적인 형태를 갖고 있어서, 주식회사 주주의 유한책임을 논하기 어려운 전제라는 법적인 해석도 있다.

한진해운 사태의 특수성도 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 손해를 줄이는 대주주의 ‘먹튀’ 행태로 공분을 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전까지 채권단 요구에 못미치는 자구안을 내놔 결국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냈고, 물류대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사재 400억원을 투입했다. 최 전 회장도 국회 청문회에 끌려가 여야 의원들의 질타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서야 100억원의 사재를 내놨다. 그렇게 한진 전현직 경영진이 500억원의 사재출연을 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여론이 더욱 악화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번 물류대란의 대주주 책임론만 앞세워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당초 이같은 물류대란을 발생시킨건 해당 기업의 경영부실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법정관리를 결정하기 이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론도 거론된다.

이동현 평택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해양수산부가 해운업의 중요성과 파산 시 파장에 대해 정부 내에서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역할을 못 했다”며 “이번 물류대란은 후폭풍에 대한 대비를 전혀 세우지 않고 법정관리로 몰고 간 정부에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물류대란으로 화주들의 소송이 줄이을게 뻔하고, 여기에 돈을 떼인 용선주들까지 가세하면 한진해운, 국내 해운업계, 국가 경제에까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있다. 김창준 변호사는 “민간 기업의 사태에 정부가 나서야 하느냐를 계속 따진다면 이번 물류대란 사태는 앞으로 1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 곳곳에서 1년 동안 망신을 당한다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한국선주협회는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액이 1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실제로 이같은 피해가 현실이 되고 있다. 당시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120만개의 컨테이너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정지하면서 물류대란이 벌어지고 140억 달러에 달하는 화물 지연에 대한 클레임이 속출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3조원대의 국내 채권이 회수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며, 한진해운의 청산은 매년 17조 원의 손실과 2300여개의 일자리 감소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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