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프리미엄 현장]러시아에서 국민기업 된 LG전자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러시아의 수도 모스코바 외곽 대형 전자매장 ‘엠비디오(M.video)’는 60인치 LG전자 OLED TV와 80인치 삼성전자 SUHD TV가 장식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800만원에서 1300만원을 넘는다. 현지 대졸 직원들이 매달 받는 월급은 통상 약 120만원에서 150만원 정도.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다소 비싼 제품이지만, 이들 초대형 고급 TV는 전시장에 들어오기 무섭게 ‘판매 완료’ 딱지가 붙어 나간다. LG전자 현지 법인 관계자는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프리미엄 브랜드”라며 브랜드 파워의 힘을 자랑했다.

이 같은 한국산 전자제품, 특히 그 중에서도 LG전자의 힘은 매장 이곳 저곳에서 확인 가능했다. 러시아인들의 생활 습관에 맞춰 현지화 모델로 출시된 냉장고와 세탁기는 보쉬나 밀레 같은 오래 전부터 러시아에서 팔리던 유럽 고급 브랜드를 밀어내고 각 코너의 메인 품목으로 전시되고 있었다. 많이 팔리는 것도 당연한 일. 비슷한 크기와 성능의 유럽 및 중국산 제품보다 값은 10% 이상 비싸지만, 선호도는 비교가 힘들 정도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LG전자의 비보조인지도는 99.3%에 이른다. “가전 제품 중에서 어떤 브랜드들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러시아인 99.3%가 LG전자를 떠올린다는 의미다. 사실상 거의 모든 러시아 국민들이 LG전자를 알고 있는 셈이다.

송대현 LG전자 CIS지역대표 겸 러시아법인장 부사장은 “1998년 모라토리엄(지불유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루블화 가치 하락 등 위기 속에서도 현지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고, 그 결과 지난해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러시아에 진출한 전체 외국계 기업 중 18위를 기록하고, 또 ‘국민 브랜드’가 됐을 만큼 브랜드 파워도 강해졌다”고 러시아에서 LG전자의 위상을 자랑했다.


사회공헌은 LG전자가 러시아에서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은 배경의 또 다른 축이다. 러시아 진출 30년, 현지 생산 10년을 맞이한 LG전자는 러시아 사회의 일원으로써 러시아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브나로드(민중 속으로)’ 활동들을 펼쳐치고 있다.

기차로, 비행기로, 버스로, 또 우주선까지 함께하는 헌혈 캠페인은 LG전자 러시아 사회공헌의 백미다. 2009년부터 러시아 기업 중 최초로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헌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혈액 부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러시아에서, 지금까지 LG전자는 약 4톤의 혈액을 모아 2만4000여명에게 건강한 삶을 선물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범국민 캠페인으로 스포츠스타, 우주인 등 러시아 국민 영웅들과 함께 버스, 열차, 배, 비행기까지 동원해 전국을 매년 누볐다. 헌혈열차가 지금까지 달린 거리만 4000㎞를 넘었고, 기차가 가지 못하는 곳은 버스가 대신했다. 2013년에는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볼가강을 운행하는 헌혈선박을 운영하며 8개 도시에서 헌혈캠페인을 펼쳤고, 2014년에는 헌혈비행기로 3만㎞를 이동하며 6개 도시에서 릴레이 헌혈을 진행했다. 헌헐 캠페인에는 피겨스케이팅 전 세계 챔피언 알렉세이 티호노프, 바이애슬론 전 세계 챔피언 니콜라이 크루글로브’, 여성 우주비행사 옐레나 세로바 등 러시아 유명인사들의 동참도 이어졌다.

송 부사장은 “러시아에서 최고의 가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은 흔들리지 않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 온 인내와 열정”이라며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실천해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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