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합동단속 2년 후 LA의류 도매상권

의류배송
최근 2년새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지만 각자도생의 생존해법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13일 LA다운타운 의류 도매업계의 직원들이 주문 받은 제품의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LA다운타운 의류 도매상권은 연방정부 산하 사법기관들의 합동 단속 여파가 몰아친 지난 2014년 이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마약 자금 세탁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마약단속국(DEA), 로컬 경찰, 국가 안보국(HSI), 연방 국세청(IRS) 그리고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사법당국이 거의 총동원돼 1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투입되다 보니 세계 전역의 이목은 LA다운타운 의류시장으로 집중됐다. 순식간에 LA다운타운 의류업계는 마약자금세탁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LA의류산업의 중심에 있는 한인업체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낙인을 피해가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 중남미 고객 급감

2년전 합동 단속의 여파로 중남미 고객이 급격히 감소해 현금거래를 비롯한 매출 감소는 불가피 했다. 하지만 중남미 고객 감소는 단순히 합동 단속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최대 고객이었던 멕시코는 2012년말부터 중국에 부과했던 100%에 가깝던 보복 관세 철폐로 그동안 LA를 거쳐갔던 도매 유통 경로가 직거래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그 사이 1달러당 11~12페소 수준이었던 환율이 달러화 강세로 인해 최근 18페소 이상까지 치솟아 환차손에 따른 구매력 감소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적 의류 유통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지만 LA지역 한인 의류 업계는 이에 대한 대처가 다소 미흡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과거 물건을 만들어 쌓아만 놓아도 중남미계 고객들이 알아서 현금으로 사가던 시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지만 의류업체들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유통 환경 급변

최근 2~3년 사이 20곳이 넘는 중소규모의 의류 소매 체인들이 문을 닫다 보니 그동안 안정적으로 물건을 공급해 왔던 판매처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사라졌다. 포에버21, H&M, 자라와 같은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약진이 상대적으로 가격이나 제품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 규모의 의류 소매 체인들이 설 땅을 점차 밀어냈기 때문이다.

한인 도매업계에 호의적인 포에버21로 시작된 한인 의류 소매 체인들이 파파야, 아가씨, 러브컬쳐, 패션Q, G스테이지 등으로 늘어 갔지만 선두주자이자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포에버21을 제외하고는 아직 이렇다할 확장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중남미 고객과 중소 규모의 의류 소매 체인이 중심이 됐던 유통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었지만 한인 의류도매업계에 이를 적응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구조조정은 진행형

지난 2년을 되돌아 보면 최악이었다는 의견에 입을 모으는 의류 업주들이 많다. 그만큼 힘들었고 더 큰 문제는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하지만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치열한 가격 경쟁이 업계의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주요 대형 오프 프라이스 체인들이 LA한인 의류업체와 공급 계약을 늘리고 있는 점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초저가 납품에 따라 영업 이익율은 형편없이 떨어졌고 매년 단가 인하 요구를 거세게 받고 있지만 이를 통해 나름의 제품 기획 및 생산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과 중고가 부티크 체인 업체들 역시 최근 LA지역 한인 의류업계와 협력 관계를 늘리고 있다. 그동안 거의 관심이 없던 온라인 판매에 다수의 업체들이 눈을 더욱 크게 뜨고 투자를 아끼지 않게 된 것 또한 최근 2~3년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모습이다.

미국 내 각 지역에서 열리는 의류 트레이드쇼는 2년전 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200개 이상의 업체들이 새로운 거래처 확보를 위해 참가하고 있어 단순히 경쟁 과열로 보기 보다는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겠지만 도매상권에 위치한 쇼룸들의 문턱도 크게 낮아졌다. 과거 1sf당 15달러에 달했던 핵심 상권 임대료는 10달러 안팎으로 내려갔고 주변 지역 역시 40~50%가량 임대로 수준이 급감해 상당한 운영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과도한 경력 부풀리기로 해 마다 높아만 갔던 인건비 역시 업계의 대규모 감원 바람으로 빠르게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샌페드로 패션마트협회 단 리 회장은 “현재 한인 의류 업계의 상황이 어렵다고 모든 업주나 직원들이 위축된다면 미래는 더 어두울수 밖에 없다”며 “각 업체의 규모와 성격에 맞게 지출은 줄이고 판매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다면 업계 전체가 조만간 바닥을 찍고 재도약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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