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명절 나기④] 취준쟁, 공시족 “명절이라 더 힘들어요”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안그래도 낡은 학교 도서관 열람실, 추석이 다가오니 더욱 초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추석)가 다가왔다. 사람들은 저마다 삼삼오오로 추석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취업준비, 공무원시험 준비로 고생하는 ‘미생(未生)’ 들에게 추석은 취업시즌일 뿐이다.

통계청이 지난8월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최근 15∼29세 청년 실업자 수는 41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3000명 증가했다. 이 지표는 취업의지가 없는 ‘취업포기자’는 제외한 공식수치다. 현재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업자수를 집계했을 때, 비공식적인 청년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에 있는 청년실업자들 대부분은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다. 하반기 취업 시즌이 겹친 상황이라 공채준비에 바쁘고, 취준생에 대한 대한 일가 친척들의 눈총도 차갑기만 하다. 


▶ 자소서가 한가득… 집에 못가요 = 경상북도 경주가 고향인 취업준비생 이영준(28ㆍ대학생) 씨도 이중 하나다. 대학 열람실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이 씨는 최근에는 한 유통기업의 자소서를 쓰고 있다. 그는 “부모님께 자소서 때문에 못간다고 말씀드리자 구박보단 되레 격려가 돌아왔다”며 “더욱 죄송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를 수료하고 1년6개월이 지난 졸업유예생이다. 그는 “취업을 안했기 때문에 졸업을 할 수 없었다”며 “부모님이 졸업식에 왔는데 아들이 취업을 못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위 친구들은 사회초년생이 돼서, 할머니ㆍ할아버지,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며 “나도 용돈을 드리고 싶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 고향이요…? 알바해야죠 =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고 있는 취준생 최한빛(25ㆍ무직)씨도 고향을 찾지 않는다. 추석기간 학교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하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최씨는 “(취준생으로서) 가장 힘든 것은 금전적 어려움”이라고 했다. 이번 추석기간 카페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격증 시험비를 벌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생동성 실험도 받았다. 고혈압 약과 관련한 실험이었다. 1개월여 실험을 받고 55만원의 금액을 손에 쥐었다.

최씨는 “친구들을 만나도, 취직준비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며 “취직 이야기를 하면 우울해진다. 놀때 만큼이라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 눈치밥 먹기 싫어요 = 노량진에서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형석(29ㆍ대학생)씨도 이번 명절에는 고향인 전라남도 영광을 찾지 않기로 했다. 지난 12일 발표난 경기도 지방직 시험 결과는 ‘탈락’이었다. 4번째 낙방이다. 그는 ”집안 어른들 눈치를 보느니 차라리 내려가지 않겠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최근 나이가 2살차 나는 큰누나의 조카가 취직을 했다”며 “취직한 조카에겐 ‘차 언제 사냐’, ‘결혼은 언제하냐’고 묻는 반면 내겐 돌아올 시험에 관한 이야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서울이 집인 취준생 윤성재(26)씨는 추석기간을 부모님이 고향에 내려가신 친구집에서 보낸다. ‘눈치가 보여서’다. 집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씨는 지난 7월 한 기업체 인턴을 마치고 하반기 공채를 준비중이다. 그는 “나도 취직하기 싫어서 안하는 게 아닌데, 집에서 눈치밥 먹기 싫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사진설명>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추석)가 다가왔다. 사람들은 저마다 삼삼오오로 추석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취업준비, 공무원시험 준비로 고생하는 ‘미생(未生)’ 들에게 추석은 취업시즌일 뿐이다.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사진=헤럴드경제DB)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