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고산자’,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고 봅시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추석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밀정’과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맞붙었다.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역사적 사건,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들이라는 것.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관객들에게도 팩트와 픽션,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힘은 필요하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고 봐야 할 포인트들을 짚어 봤다.

▶‘판단 유보’인물이 모티브, ‘밀정’= 1920년대 말 독립운동을 하던 의열단원 김장옥(박희순)이 일본 순사에 의해 궁지에 몰리는 장면으로 영화 ‘밀정’은 시작된다. 순사들 사이에 나타난 조선인 경찰 이정출(송강호)은 김장옥의 옛 동지기도 하다. 한때 임시정부에 몸담았지만 출세를 위해 일본 순사가 된 인물인 이정출은 실제 인물인 ‘황옥’이 모티브가 된 캐릭터다. 

일명 ‘황만동’으로 불리기도 했던 황옥은 독립운동에 투신하다 일제의 경기도경찰부 경무로 근무하던 중, 톈진에서 의열단 단장인 김원봉을 만나 항일 독립운동에 가담할 것을 서약했다. 이어 일제 기관 파괴와 친일파 암살이라는 지령을 받고 무기를 국내로 반입하는 것을 돕다가 발각돼 체포됐다. 이를 ‘황옥경부사건’이라고 한다. 

학계에서는 황옥이 임시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설과 일본에서 공울 세우기 위해 의열단에 접근해 무기 반입을 돕는 척하면서 일제의 밀정 역할을 했다는 설이 대립하고 있다. 의인인지 앞잡이인지 평가가 끝나지 않고 판단이 유보된 인물인 것.

따라서 ‘밀정’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이라는 캐릭터 대해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영화도 그가 어느 쪽의 밀정인지 확답을 내려주지 않고 관객에게 해석을 맡기고 있다.

▶대동여지도 자체가 시작이었던 ‘고산자’=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라는 그 시대 최대 조선전도를 남겼다. 그는 지도를 그린 것에서 멈추지 않고 목판으로 제작했다. 그의 목판본 가운데 11점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위대한 지도를 남긴 그이지만 김정호는 생몰 연도조차 불분명하다. 현재까지도 그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적 ‘기록’보다는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원작인 소설 ‘고산자’를 쓴 박범신 작가 또한 “오히려 알려진 것이 너무 없었기에 자유로웠던 창작”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기록이 없었다고 해서 논란이 없는 인물은 결코 아니었다. 김정호 하면 ‘식민사관’이라는 부정적인 말이 명찰처럼 따라다녔다. 이는 일본이 조선시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만든 사관으로, 김정호라는 대단한 지도를 만든 인물이 있었음에도 쇄국정책을 펼친 흥선대원군이 그를 못마땅하게 여겨 옥사시키고 지도와 목판을 불태웠다는 내용이다.

영화를 연출한 강우석 감독은 “역사 왜곡은 둘째치고, 식민사관이라는 말이 붙으면 도저히 안 되겠더라”면서 “흥선대원군이 김정호를 옥사시키고 불태웠다는 이야기가 들어가면 훨씬 영화적으로 극적인 장치가 될 수 있었겠지만 절대 그런 장치를 쓸 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영화에서는 식민사관이라는 비판을 얻을 수 있는 소지를 최대한 배제하고 ‘목판본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라는 줄기를 따라갔다. 지도를 권력에 사용하려던 흥선대원군이나 안동 김씨 등에 관한 묘사도 영리하게 식민사관을 피해 갔다. 영화에서 김정호가 백두산이나 독도를 다녀온 설정이 등장하지만 이는 확인된 것이 없는 사실이다. 다만 실제 대동여지도에는 독도가 그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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