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의 경제학]흡연자는 애국자인가…담배 세수 13조원, 건강 고려하면 사회적 비용 많아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흡연자들이 종종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내가 애국자’라는 것이다. 담배에 붙는 세금이 많아 흡연자들이 나라 곳간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사실 담배세수는 연간 10조원을 넘는다. 단일품목으로 볼 때 엄청나게 많은 세금이 담배에서 걷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담배로 인한 건강상 피해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따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담배 세수 연간 13조=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배세수는 답뱃값이 인상되기 이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6조원대에 머물렀다. 2012년엔 6조9130억원, 2013년엔 6조5875억원, 2014년엔 6조9905억원을 기록했다. 단일 품목으로 많은 세금이 걷힌 것이다.

그러던 것이 담뱃값 인상과 함께 더욱 급증해 2015년엔 10조518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엔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올 상반기 담배반출량을 토대로 예측한 결과 올해 연간 담배세수가 총 13조17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가 2배로 껑충 뛰면서 부족한 나라재정을 상당히 채운 셈이다. 당초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했다고 주장했으나, 금연 효과보다 세수 증대효과가 훨씬 커 결국 흡연자 주머니를 턴 것이라는 주장도 이래서 나오고 있다. 흡연자의 상당수가 저소득 취약계층인데다 담뱃세는 소득과 무관하게 동일 비율로 징수되기 때문에 서민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다.

현재 담배 한갑당 세금은 3318원이다. 정부는 작년 1월1일부터 담뱃값을 평균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면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포함해 담배 한 갑에 물리던 세금을 1550원에서 3318원으로 올렸다. 담뱃값 인상과 함께 두배 이상 거두어가는 것이다.

담배에 붙는 세금을 항목별로 보년 소비세로 1007원을, 지방소비세로 443원, 건강증진부담금으로 841원, 폐기물부담금으로 24원, 부가세로 409원, 개별소비세로 594원을 부담한다. 하루 한갑을 피울 경우 연간 121만원 정도의 세금을 정부에 내게 된다.

▶담배세수 비중도 세계 최고=담배세수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납세자연맹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3조원의 세금이 담뱃세로 걷힐 경우 세수 비중이 4.58%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6위권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담뱃세 비중이 2013년엔 OECD 회원국 중 12위를 기록했으나, 담뱃값 인상으로 순위가 껑충 뛸 것이란 전망이다.

총 세수에서 담뱃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을 기준으로 터키가 10.1%로 가장 높고 헝가리(6.2%), 폴란드(6.1%), 그리스(4.88%), 체코(4.85%) 등이 비교적 높았다. 대략 이 정도의 나라들이 한국보다 답뱃세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담뱃세 비중이 낮다. 최고 선진국인 노르웨이(0.38%), 스웨덴(0.48%), 덴마크(0.60%), 네덜란드(0.94%) 등은 모두 1%를 밑돌고 있고, 미국(1.0%), 핀란드(1.03%), 프랑스(1.07%), 캐나다(1.08%) 등도 1%를 조금 넘는다. 독일은 1.33%, 일본은 1.53%, 영국은 1.56%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1%대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금연이 애국=이렇게 본다면 흡연자들이 국가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흡연에는 또다른 비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건강 악화로 인한 진료 및 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다. 흡연이 폐암을 비롯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돼 있다. 흡연자가 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수배 높고, 간접흡연자에게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감안하면 흡연자가 애국자라고 단정짓기 힘들다. 더불어 아무리 애국자가 된다 해도 건강이 나빠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흡연이 애국자라는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금연을 실행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신과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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