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 1년]조작 차량 12만5000대 아직도 국내서 달린다

환경부 리콜 조치 발표에도 깜깜 무소식

환경부-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임의설정 갈등 지속

환경부 장관 “자동차교체명령 강제 법률 검토 중”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오는 18일(현지시간)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폴크스바겐 그룹의 디젤 배출가스 조작을 적발한 지 1년이 된다.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발생한 지 1년이나 됐지만 디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엔진이 장착된 차량 12만5000대는 지금도 국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조작 사실을 밝히고 해당 차량 전량을 리콜 조치하기로 했지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출한 서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리콜이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환경부는 폴크스바겐, 아우디 브랜드의 조작 차량 리콜 관련 계속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강북의 한 폴크스바겐 전시장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협의가 앞서 환경부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간 갈등을 보였던 상황에서 크게 진정되지 못해 리콜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기 힘든 실정이다. 

결정적 요인은 문구 하나 때문이다. 정부는 리콜계획서에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문구 삽입을 요구하는 반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를 거부해 문구를 넣지 않고 계획서를 제출해 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끌어온 모든 리콜 준비과정은 원점으로 돌아가 리콜은 더욱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환경부가 리콜계획서에 ‘임의설정’을 명시하도록 지속 주장하는 이유는 향후 벌어질 법적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표현이 문건으로 남는다면 나중 소송이 진행돼 재판이 열렸을 때 문서 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서 리콜명령 위반을 이유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임의설정’ 문구를 넣는 것은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지 문제가 된 차량을 회수해 결함을 시정하는 기술적 부분과는 크게 연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환경부도 독일 본사에서 공수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3번째 리콜계획서마저 반려시키면서 리콜을 진행하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그룹이 미국에 제출한 수준의 리콜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리콜계획서에는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하는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룹 본사 최고경영진이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하고 물러났는데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리콜계획서에 ‘임의설정’ 문구를 넣지 않는 것은 리콜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이 명확한데 이를 따르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문제가 된 다수의 차들이 리콜되지 않고 아직 공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는 업체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임의설정에 해당되는지는 법률 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및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이 해당되지 않고, 미국에서만 법적으로 임의설정이 문제된다는 것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문제가 된 EA189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2007년 12월 12일부터 2011년 12월30일까지 환경부로부터 합법적으로 인증을 받은 차량”이라며 “국내법상 임의설정 규정은 환경부 고시 제2011-182호를 통해 처음 도입됐는데 이는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됐고, 해당 고시 시행 후 인증 신청을 하는 자동차부터 적용됐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리콜이 기약 없이 미뤄지자 고객들도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이들은 환경부에 리콜대신 환불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강남의 한 아우디 전시장 [헤럴드경제 DB]

국내 폴크스바겐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측에 따르면 문제가 된 EA189엔진 장착 폴크스바겐 소유주들을 대리해 바른은환경부에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한 리콜협의를 중단하고 환불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환경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 사안이 차량교체명령 대상에 해당되는지, 차량교체명령을 내렸을 때 폴크스바겐이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지 등 법률자문을 통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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