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후 민심 향방 ①호남]한번더 국민의당? 그래도 더민주? 이번엔 새누리?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1.“우리는 예전 같지 않다. 당만 보고 찍는다는 것은 옛날 얘기다. 인물을 본다.” 총선 막바지 찾은 전남 순천에서 기자가 시민들한테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노관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쏟아질 때였다. 결과는 이정현 후보의 낙승. 이 후보는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결국 호남 출신 최초로 새누리당 대표가 된다. 이 대표는 그 후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호남은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호남도 주류정치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2.“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에 호남색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호남당으로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최근 있었던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전, 기자와 만난 국민의당 한 초선 의원의 말이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기자에게 ”당에 있는 당 조직들, 예산 등이 호남에 의해 결정됐구나 라는 걸 보여줘야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게 아니다“라며 ”호남 사람들은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 정치촉이 발달해서 이 상황을 귀신 같이 안다”고 했다.

#3 지난달 있었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의 부산지역 언론사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 문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호남에서는 예전처럼 90% 전후의 압도적인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안정적인 득표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에서는 결국 PK(부산, 경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4ㆍ13 총선 결과 호남 의석은 국민의당, 더민주. 새누리당이 나눠가졌다. 국민의당은 가장 많은 23석을, 더민주는 3석을 새누리당은 2석을 얻었다. 국민의당은 ‘야권의 심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넘어왔다’며 환호했고, 새누리당은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더민주당은 ‘말안듣는 자식에 때려준 매’라고 했다.

분명한 것 한가지는 호남이 더 이상 어느 한 당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은 호남 지지를 얻기 위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호남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우선 새누리당에게 있어 호남은 기회의 땅이 됐다. 전북 전주시을의 정운천, 전남 순천의 이정현 의원의 당선으로 호남에서 새누리당의 가능성을 확인 한 것이다. 특히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 후 그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전인 7월 25~27일 3일 동안 실시하고 28일에 발표한 지역별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7.2%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끝난 뒤 8월 22일~24일 3일 동안 실시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율은 14%로 두 배 가까이 뛰어 오른다. 급기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호남과의 연대를 제안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TK) 박근혜 대통령, 호남 이정현 대표가 있고, 충청의 반기문이면 지역적으로 굉장히 안정적인 삼각 축을 구축한다”며 “그 속에서 혁신 경쟁을 촉발한다면 보수뿐 아니라 중도의 관심도 끌 수 있다”고 했다.

더민주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해 새로 선출된 지도부는 틈만 나면 호남을 찾아, 민심 되돌리기에 나서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스스로가 호남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호남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문(反문재인)정서 극복을 위해서다. 하지만 #3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한 것처럼, 대선에 직면하면 더민주는 호남 보다 영남 지지세 확보에 방점을 찍을 확률이 크다. 지난 20대 총선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으로 호남의 대부분을 뺏겼음에도, 반문 정서를 넘어서는 지지층이 호남에는 있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때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46.5%를, 더민주는 37.2%를 받았다. 지역구가 아닌 정당득표율이 대선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총선 때 만큼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셈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남 지지세를 늘려가면 예전처럼 90%가 넘는 지지율이 없어도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호남 민심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하고 있는 국민의당도 #2 처럼, 호남 지지세를 늘리기 보다 외연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호남을 중심으로 세확산에 나서야 한다는 호남 의원계와, 이제는 세확산에 전념할 때라는 안철수계 인사들의 다툼이 있었지만, 결국 세확산을 해야 된다는 안첲수계 인사들이 당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이용호 의원은 “호남은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이것이 충족이 되야 정권창출이 되는 것인데 호남 중심이라는 것이 제대로 착근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지지자 중에는)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있는 개연성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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