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1만년 시계ㆍ중세기사ㆍ세그웨이폴로…‘괴짜(?) CEO’의 별난 취미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세계를 주름잡는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은 취미생활도 남다르다. 우쿨렐레 연주를 하거나 1만년을 움직이는 시계 만들기에 힘을 보탠다. 말 위에서 ‘기사놀이’를 한다.세그웨이를 타고 폴로도 즐긴다. 이들에게 취미는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차원의 ‘즐거움’을 넘어선다. 취미를 사업과 연계한다. 빠른 두뇌회전을 위한 연습은 덤이다. ‘괴짜 CEO’들의 유별난 스트레스 해소법을 소개한다.

제프베조스는 ‘1만년 가는 시계’에 거액을 후원했다 [출처=슬라이드쉐어 캡처]

▶단순한 취미 넘어 사업 연장ㆍ‘문명 기여’까지…=“취미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며 취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 CEO가 있다. 한 때 자산기준 세계 부자 1위 자리를 지켰던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다. 그의 자산은 659억 달러로 우리 돈 73조가 넘지만 취미는 꽤나 소박하다.

노인이 다 된 그는 청년 시절 짝사랑하던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배운 우쿨렐레를 지금까지 연주한다. 혼자 즐기는 것을 넘어 해마다 회사 주주들 앞에서도 솜씨를 뽐낸다. 버핏은 “음악 정신은 소유가 아닌 공유·나눔에 있다”고 말한다. 사실 버핏은 이미 재산의 반절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기빙플레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우쿨렐레 연주를 즐기는 워런 버핏

버핏은 ‘브리지(카드 게임의 한 종류)’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10분마다 계산해야 하는 브리지는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게임이다. 두뇌회전 운동에는 최고”라고 전했다. 하나의 취미생활을 하더라도 자신의 사업과 가치관을 담아내는 그다.

엘론 머스크와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잠수차 로터스 에스프리

좋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확장시킨 부호도 있다. 영화 ‘아이언맨’ 실제 모델인 테슬라모터스 CEO 엘론 머스크(45)다.

머스크는 ‘007시리즈 광(狂)’이다. 그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았던 대학생 시절부터 007 관련 제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등장한 스포츠카 로터스 에스프리를 100만달러(11억원)에 낙찰받기도 했다. 당시 머스크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임스 본드가 로터스 에스프리 차를 몰고 물에 뛰어들자 차가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걸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평생 꿈이 테슬라만의 기술로 로터스 같은 ‘변신하는 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007 사랑’이 테슬라의 혁신에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머스크의 자산은 113억달러(12조 5600억원)다.

제프 베조스

문명에 기여하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품은 창업자도 있다.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을 이끄는 제프 베조스(52)다. 베조스는 1만년이 가는 시계를 만드는 계획에 개인적으로 투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4200만 달러(466억원)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인생이 전 지구 역사에 비춰볼 때 얼마나 짧고 유한한 것인지 되새기고 장기적으로 문명에 기여하는 기업인이 되겠단 의지다. 시계는 미국 텍사스 주 사막 중간에 세워지고 있다. 일종의 타임캡슐인데, 1만년 뒤 사람들이 현재의 디지털 미디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종이 시트를 시계 속에 넣을 예정이다. 베조스의 자산은 452억달러(50조 2700억원)다.

샌디 러너

▶창업자들의 ‘지금껏 없었던’ 취미=난생 처음 들어보는 취미를 가진 ‘진짜’ 괴짜 CEO들도 있다. 세계 최고 네트워크ㆍ보안 장비업체 시스코의 공동창업자 샌디 러너는 61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상 기사게임’을 즐긴다. 말 그대로 말 위에서 창으로 합을 겨루는 게임이다. 그는 말을 키우기 위해 버지니아에 농장을 사고 가끔 기사 복장으로 외출도 할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있다.

세그웨이 폴로 게임을 즐기는 스티브 워즈니악(오른쪽)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66)은 ‘세그웨이 폴로’라는 다소 생소한 취미활동을 즐긴다. 왕족들이 말을 타고 공을 치며 즐겼던 폴로게임에서 착안한 게임이다. 말이 아닌 첨단기기인 세그웨이를 타는 것이 차이다. 한 대에 1000만원을 호가하며 최대 시속 19㎞로 달리는 세그웨이를 내 몸처럼 다루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스포스 창업자

애플 인턴 출신으로 정보기술(IT) 회사 세일즈포스를 차린 마크 베니오프(52)의 취미는 ‘좌선’이다. ‘참선’이라고도 부르는 좌선은 반가부좌 또는 결가부좌 자세로 하는 불교 수행의 한 방법이다. 최근에서야 대중화 한, 서구인에겐 다소 드문 취미다. 그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직관과 통찰의 지혜를 명상과 요가를 통해 터득할 수 있다”며 “참선을 통해 노이로제와 급한 성미까지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2만 명에게도 명상 공간을 제공하거나 요가 강습을 지원한다.

래리 앨리슨의 요트팀 오라클팀은 아메리카 컵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

▶아드레날린 넘치는 운동이 진정한 스트레스 해소법=오라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72)은 소문난 괴짜답게 취미 활동도 ‘제대로’ 한다. 20대부터 즐겨온 요트를 7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타고 있다.

앨리슨은 22세에 대학 요트 코스에 등록하며 초보 요트인으로의 삶을 시작했다. 요트 레이싱 팀을 만들어 2010년과 2013년 아메리카 컵(America’s Cup)에서 두 번이나 우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한 ‘요트사랑’은 독이 되기도 했다. 그는 2013년 요트 대회에 참관하려 오라클의 최신 제품과 전략을 소개하는 연례 컨퍼런스 ‘오픈월드’에 불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요트에 푹 빠진 앨리슨의 자산은 436억달러(48조 4900억원)다.

카이트보딩을 즐기는 리차드 브랜슨(왼쪽). 그는 나체의 미녀들을 업고 카이트보딩을 즐겨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항공ㆍ미디어·통신 회사를 거느린 버진그룹 창업자 리차드 브랜슨(66)은 우주에서 심해에 이르는 취미 생활을 자랑한다. 모험적인 사업 스타일로 유명한 브랜슨답다. 그는 생산적이고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한다. 카이트보딩(몸에 연을 달고 스케이트보드나 스노보드를 타는 스포츠)이 대표적이다. 브랜슨은 2004년 수륙양용 장갑차를 타고 영국 도버해협을 1시간40분6초 만에 건넜다.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도버해협을 횡단한 인물이기도 하다.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과 그룹을 각인시키는 브랜슨만의 방법이다. 

열기구로 대서양·태평양을 최초로 횡단한 리차드 브랜슨

브랜슨은 의외로 정적인 분야에 속하는 체스를 즐긴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버진 블로그를 통해 “체스는 전술ㆍ계획ㆍ용기ㆍ모험을 포함한 수많은 운동의 가장 우수한 면을 종합했다”며 “가히 세계 최고의 게임”이라고 적었다. 그의 자산은 49억달러(5조 45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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