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닮았다며 제자 추행한 교수…法 “피해자에 9400만원 배상”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자신의 첫사랑과 닮았다며 제자에게 강제로 입맞추는 등 추행한 전직 고려대 교수가 피해자인 제자와 그 가족에게 9400여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부장 서민석)는 성추행을 당한 제자 A씨와 그 부모가 가해자인 전직 대학교수 이모 씨와 고려대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고려대 대학원 경영정보공학부 교수로 있던 이 씨는 지난 2014년 6월부터 자신의 지도학생으로 연구실에 들어온 제자 A씨를 2개월 간 강제추행했다.
이 씨는 A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거나 신체 일부를 손으로 만지는 등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씨는 지난 7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밖에 이 씨는 A씨를 작은 애인이라는 의미의 ‘소애’라고 불렀고, 매일 A씨에게 전신 사진 등을 요구해 받은 사진을 자신의 컴퓨터에 별도 저장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A씨에게 “처음봤을 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 첫사랑과 너무 닮아 놀랐다”며 수시로 “사랑한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아버지는 고려대 양성평등센터에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다. 이 씨는 차일피일 조사위원회 출석을 미루다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고려대학교 측은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후에도 양성평등센터는 이 교수에게 조사위원회 참석을 요구했지만, 이 교수는 이미 사직해 출석할 이유가 없다고 대응했다. 

제자 A씨와 그 부모는 “이 씨의 성추행등으로 A씨가 상당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200대 1 경쟁률을 뚫고 연구장학생으로 선발됐지만 휴학해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이 씨는 “호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합의하에 이루어진 일이며 A씨가 연구성과에 대한 심리적 압박 등 문제로 휴학을 택한 후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씨의 강제추행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추행 외 다른 행위도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지도교수로서 제자에 대한 호의적인 언동을 넘어 제자 A씨의 인격권을 침해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씨가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사실상 권력 관계를 이용해 제자가 제대로 항거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 “이 씨의 행위로 A씨가 오랜 기간 공부한 전공분야에 관한 학자의 꿈을 사실상 포기하게 돼 A씨의 진로를 지원해온 부모도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됐다”며 이 씨가 A씨의 부모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고려대학교 법인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조사받는 교원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는 사립학교법 조항이 사건 이후인 지난 2월에야 신설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이 씨가 제자 A씨의 정신과 치료비와 A씨 몫의 위자료 7000만원, 가족들 몫의 위자료 1000만원을 포함해 총 94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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