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정국③]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국회개혁ㆍ가계부채ㆍ남북회담 ‘난제’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거대담론에 휩쓸려 눈치 채지 못한 각론이 모든 사안을 올스톱(all-stop)시키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독일의 유명 건축가인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가 일생을 걸쳐 설파한 성공 비결, ‘신은 디테일에 있다’를 변용한 것이다. 그는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의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는 뜻에서 이 문구를 즐겨 사용했다.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정기국회도 마찬가지다. 당장 정치권의 시선은 국정감사와 19대 대선 등 굵직한 이벤트에 쏠리지만, 여야의 경색은 의외의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다.

▶디테일 하나, 이정현이 주장한 ‘헌정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는 설치될까?=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를 만들어 셀프 국회 개혁 대신 국민 주도의 개혁을 하자”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에게는 범죄를 저질러도 회기 중에는 체포당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고, 회의 중에 한 발언에 대해서는 허위나 위법의 책임을 따져 묻지 않는 면책 특권이 있다.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수년 내에 우리는 국민에 의한 대혁명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판단이다. 지난 19대 국회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국회의원 특권포기’를 다시 부르짖은 셈이다.

그러나 정세균 국회의장 직속의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최근 공청회를 열고 잠정안을 공개하는 등 관련 활동이 활발히 진행 중인 마당에 국민의 세금을 자원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아울러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도 불체포특권 폐지와 국무위원 겸직 관련 규제와 친인척 채용 제한 등에 의견을 모은 상태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내 제도개선소위도 보좌진 임면과 김영란법 관련 행동규정, 급여규정 등이 담긴 국회의원 윤리규정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작심하고 내놓은 ‘개혁의 일성’이 야당의 ‘무용론’에 부딪힐 가능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디테일 둘, 추미애가 주장한 ‘가계부채 비상대책위원회’는 설치될까?=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가계부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추 대표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1257조원에 달한다. 빚이 빚을 부르고 빚이 빚을 낳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단발성, 선심성 대책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위원회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챙겨야 한다”는 것이 추 대표의 주장이다. 추 대표는 또 ‘가계부채 영향평가제’ 도입도 함께 제안했다. 정부부처의 정책조정과 평가를 위한 조치다.

일단 가계부채 대응을 위한 종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정치권의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미시정보 수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계대출 차주(借主)의 연령과 소득, 금리를 전수 조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바로미터다. 정부와 국회가 모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추 대표가 당시 가계부채 대책으로 함께 언급한 전월세 상한제 도입과 자동계약갱신 청구권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이 걸림돌이다. 더민주는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을 당론으로 정하고 총 38건의 개정안이 발의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처리에는 실패한 바 있다.

▶디테일 셋, 박지원이 주장한 ‘남북정상회담’은 성사될까?=한편,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급한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에도 정치권의 시선이 쏠린다. 박 위원은 당시 “지난 5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 당시 현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어렵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며 정부의 제재ㆍ압박 위주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정상회담에 실패할지라도 시도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외교적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그 전제조건으로 지난 2007년 중단된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 9일 북한의 제5차 핵실험 강행으로 촉발된 남북의 대치국면이 심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에서는 핵무장론이 급격히 탄력을 받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화해의 제스처’를 우리가 먼저 내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이 갑자기 고도화된 것은 2008년 12월 6자 회담이 중단된 이후다.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자는 것은 한ㆍ미 동맹 깨자는 이야기하고 똑같은 말”이라며 “남북의 정상이 회담을 해야 문제 해결의 단초가 열린다. 지금이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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