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일몰 시한 앞둔 벤처특별법에 미래를 담자

조선과 해운의 위기가 한국경제의 기틀을 흔들고 있다. 해운과 조선은 건설, 석유화학, 철강, 전자와 함께 우리 6대 산업으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경제를 견인했다. 특히 조선업은 한국이 세계 1위인 몇 안 되는 산업이었고, 수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1위부터 6위사가 곧 세계 1위부터 6위 회사일 정도로 일본과 중국 같은 경쟁국을 압도했었다.

그러다가 2~3년 전부터 대형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고전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수주량이 급감했다. 특히 대우조선은 회계부정으로 최고경영자들이 연이어 구속되고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나라의 자랑거리이던 해운과 조선업은 어느새 퇴출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고 한국경제의 ‘암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속에서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기업들이 있다. 바로 벤처기업들이다. 이들은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빈부격차는 커지고 있던 한국 사회에, 실의(失意)에 빠진 국민들에게 미래의 ‘꿈’을 안겨주며 성장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말 벤처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21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14.5%에 달하며 벤처기업당 평균 근로자수 24명은 중소기업 평균 근로자수 3.9명의 6배를 넘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벤처산업의 위상은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들의 법적 기반은 한시적이다. 지난 1997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특별법)이 제정된 후 20년이 지났다. 제정 당시 법의 효력기간은 10년으로 정해졌다. 제정 후 10년째이던 2007년 법의 효력을 10년 더 연장했다. 내년에 두 번째 일몰 시한이 오면서 벤처업계는 법의 개편 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벤처산업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벤처특별법을 비롯해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여전히 필요하다. 보다 새롭고 효과적인 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벤처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는 당연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ㆍ야가 제시한 총선 공약에는 벤처ㆍ중소기업인들이 기대를 걸어도 될 만한 핵심 정책들이 담겨져 있다. 벤처특별법 일몰 조항 폐지 등도 담겨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일몰조항 폐지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벤처산업 특성상 산업환경이 급변하고 미래 산업시장을 견인하는 성격이 큰 만큼 혁신적인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벤처특별법이 처음에는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시각에서 법이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벤처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 체계에 미래 시장 변화를 모두 담아내기 힘들다. 급변하는 벤처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이 아니면 안된다’식의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만 아니면 된다’ 식으로 최소한의 금지 규정만 정하고 나머지를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벤처답게 법 구조를 부정적 의미 아닌 진짜 법으로 최소한으로 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구조의 법을 만드는 것이 벤처특별법에 미래를 담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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