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여진 계속되는데…민관재난시스템 무용지물

작년 국감서 지적 불구 허송세월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 여파가 1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기업ㆍ시민사회와 함께 재난에 대응하고자 구성한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이하 민관협력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관협력위원회의 전문가 영입ㆍ예산확보ㆍ실질적 활동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사항을 약 1년 만에 재점검한 결과다.

19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민관협력 재난대응거버넌스 구축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3년 5월 재난대응 역량강화를 위해 민관협력위원회를 발족했다. 정부위원 4명과 민간위원 31명 등 총 35명이 포함된 ‘메가톤급 사단’이다.

그러나 “민관협력위원회는 정부위원과 자원봉사단체 대표들이 모여 1년에 3~4차례 회의를 여는 정도의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 제시할 성과도 없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 등을 통해 ‘정부의 독자적 재난대응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지만, 후속 조치는 수년째 ‘요식행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는 재난대응 민관협력 사업추진을 위한 소속 분과위원회와의 ‘사전협의’조차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마련한 시정안에는 민관협력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을 위한 전문가 영입 및 예산확보 방안도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입법조사처는 “재난대응 분야에서 민관이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관련 사업의 계획단계에서부터 민간의 참여를 보장해 줘야 한다”며 “민간조직의 재난대응 참여는 ‘원래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업조정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재난대응 민관협력 시스템의 강화가 더디게 진행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무용론도 나온다. “이미 1년 전부터 관련 예산과 민간단체 정보망 확보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수용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경주 지진 당시 발생한 ‘재난문자 늑장발송’사태가 “통신사 등 주요 민간기업과 정부의 협력체계가 부실한 탓”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는 보고서에서 “재난대응 민간단체의 정보를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분야별 의료 자격자나 잠수사ㆍ산악구조사 등 구급인력은 물론, 보유 장비까지 파악해 유사시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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