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nsight] 쿨재팬 정책의 상징이 된 하츠네미쿠

증강현실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 구글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나이앤틱의 기술과 닌텐도의 20년차 포켓몬 캐릭터들이 만나 발매 첫날 앱스토어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 정도의 글로벌 파급력이 가능했던 것은 일본에서 태어난 20년 차 캐릭터 포켓몬에 향수를 느끼며 추억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 열풍으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일본의 콘텐츠 파워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차세대 콘텐츠로 ‘하츠네미쿠’를 꼽을 수 있다. 미래에서 온 최초의 소리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하츠네미쿠는 크립톤사가 발매한 음악 제작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의 이름이다. 크립톤사 이토 히로유키 사장은 2007년 8월 하츠네미쿠 발매 이전, 자사에서 발매했던 두 종류의 보컬로이드에 대한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하츠네미쿠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성우 목소리를 선택하고, 그 목소리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 캐릭터가 바로 청록색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인상적인 미소녀 하츠네미쿠다.

하츠네미쿠가 세상에 나온 이후 무서운 기세로 창작의 연쇄가 시작됐다. 음악은 물론, 사람들은 미쿠 캐릭터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그 일러스트를 사용한 애니메이션까지 탄생했다. 크립톤사의 이토 사장은 이 기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크리에이터가 창작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발매 당시부터 하츠네미쿠는 공식 일러스트를 공개하여 규칙 범위 내에서라면 누구나 자신의 창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뒀다. 그러나 문제는 2차 창작물이었다. 개인 블로그에 게시된 하츠네미쿠 일러스트 창작물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크립톤사는 2차 저작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고사이트를 개설하고, 이용자 약관으로 타 회원이 사이트 게시물을 활용하는 것을 동의하도록 했다. 그 외 규칙은 ‘타인의 저작물 사용 시에는 원 저작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것’, 이것뿐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구축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하츠네미쿠를 활용해 창작하게 됐다. 2차 창작을 쉽게 함으로써 새로운 가치가 재탄생했다.

하츠네미쿠는 ‘쿨 재팬’의 상징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쿨 재팬은 일본의 문화와 정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현상을 의미한다. 국내 인구 감소, 산업 성장 정체 등으로 내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일본 매력 전파를 통한 해외 수요 확보, 관련 산업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선순환 프로세스 창출 정책이다.


최근 경제산업성 홋카이도 경제산업국은 크립톤사와 협력하여 홋카이도의 글로벌 홍보와 하츠네미쿠의 전 세계적 전개를 목적으로 미쿠 캐릭터 중 하나인 유키미쿠의 중동 두바이 진출을 발표했다. 쿨 재팬 정책의 일환인 이번 두바이 진출은 현지 재벌 샤라프 그룹의 대형 쇼핑몰 아이스 카페 ‘Chill out’과 유키미쿠의 콜라보레이션이 성사된 것이다.

우리는 일본 하츠네미쿠 사례를 통해 한국 콘텐츠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 정보통신 시대에 한국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역시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쿨 재팬 정책처럼 자생력을 갖춘 기업의 사업 확장을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기업, 나아가 산업의 뿌리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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