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달성률 0.02%…전자문서 구축에 100억 헛심 켠 행자부

-매년 28억원 이상 추가 지출 예상…개발한 행자부도 사용 안 해

-보안유출 잦은데도 평가지표 반영돼 억지 사용, 민간 사용은 전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소재 국립대 교직원인 A 씨는 최근 ‘샵(#)메일’ 때문에 골치다. 정부 기관에 메일을 보내려면 필수지만 자주 오류가 발생하면서 일 처리도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 기존 결재 방식을 쓰고 싶지만, 전자결재 여부가 대학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A 씨는 “민간에서 쓰지 않는 샵메일 때문에 오히려 이중으로 메일을 발송해 비용만 늘어났다”며 “사용도 불편하고 비용 지출이 심해 최소한도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A 씨의 사례처럼 정부가 ‘인터넷 공인 등기우편’으로 홍보한 공인전자주소제도가 예산만 낭비하고 실적은 예상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인전자주소제도의 입법 영향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1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샵메일 실적이 지난해 예상치의 0.02% 정도에 그쳤다고 19일 발표했다.


공인전자주소제도는 지난 2012년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가 문서의 내용을 법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전자우편 기술이다. 기존 이메일과 달리 ‘#’기호를 사용해 흔히 ‘샵메일’로 불린다. 정부는 개발 당시 올해까지 샵메일 가입자가 888만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 가입자는 지난달 말까지 25만5000여명에 그쳐 예상 대비 2.8%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금까지 운영비용으로 투입된 국가 예산만 100억원에 달하고 오는 2017년까지 매년 28억원 이상의 예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행자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유통된 문서도 대부분 정부 입찰 사업과 행정 통보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사용비율은 한자릿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공인전자주소가 각종 평가지표에 반영되면서 사용 기관들의 고충은 커지고 있다. 실제 일부 국ㆍ공립대학의 경우 종이 문서 낭비 방지 등 비용 절감과 정보화 지표에 공인전자주소 제도가 반영되면서 억지로 샵메일을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학 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사용처가 한정돼 실제 기관들의 사용률은 극히 낮은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 2014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벌어지는 등 구형 시스템으로 인한 정보유출 위험이 크다”며 “사용 영역을 확대하면 대규모 정보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전면적인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대학에서도 샵메일 도입을 검토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문제로 대부분 도입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샵메일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가입자가 발송한 문서가 343통 밖에 되지 않는 등 수요예측에 실패했었다”며 “수요예측을 위한 연구용역을 다시 의뢰하기로 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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