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피천득 등 서울대 前ㆍ現교수 체취 담긴 문인서화전 열린다

서울대, 개교 70주년 맞아 교수ㆍ학자 작품 전시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대가 수필집 ’인연‘을 남긴 피천득<사진> 선생 등 전ㆍ현직 교수들의 문인서화를 모아 처음 전시회를 연다. 개교 70주년 기념 행사 중 하나다.

서울대는 대학원동창회와 미술대 조형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오는 21~30일 서울 관악구 교내 예술복합연구동 우석갤러리에서 문인화를 그리거나 서예를 한 교수 60명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작고 교수와 생존 교수의 작품이 절반씩 전시된다. 주최 측은 “작고 교수와 생존 교수의 작품 상의 차이는 크게 보이지 않지만, 붓의 문화가 일상적이던 작고 교수들의 작품은 더 활달하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작고 교수 작품 중에는 붓이 아닌 펜으로 일상의 체취를 남긴 국어학자인 이숭녕 선생(국어국문학과), 수필가인 피천득(영어영문학과)ㆍ김태길(철학과) 선생의 저서 헌사가 눈에 띈다. 피천득 선생은 수필집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에 친필로 같은 글을 남겼다. 이숭녕 선생의 작품으로는 ‘저술등신(著述等身ㆍ저술을 키만큼 해야 한다)’이라는 글자를 교내 출판부에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 원고지에 적어 선물한 글이 기증됐다.

‘신록예찬’을 쓴 수필가이자 영문학자인 이양하(영어영문학과) 선생은 ‘여기 한 사나이 누웠으니 애써 글을 읽고 하늘과 물과 바람과 나무를 사랑하였으며 인간을 사랑하였으되 성실 있기 힘듦을 보고 가노라’라는 묘비명을 친필로 남겼다. 그러나 이 자찬 묘비명을 구할 수 없어 최종고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대신 썼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국제법학자이자 국무총리를 지낸 이한기(법학과) 교수의 아들이 간직하던 이 교수의 자찬 묘비명 ‘내가 고향 떠나서 유랑했으나 방랑의 세월이었네. 내 고향에 돌아가야지’도 세상에 나오게 됐다.

1993년 작고한 고고학자이자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인 김원룡(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의 작품은 서울대 문인화의 자랑이다. 이번 서화전에는 김 교수와 다른 교수들이 바둑을 두며 파안대소하는 장면을 담은 ‘인문대교수실 풍경’도 소개된다.

이 밖에도 서예 작품으로 고전 문구와 인생훈 등 다양한 내용을 다양한 필치로 담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사학자 이병도(사학과), 국문학자 이희승(국어국문학과), 법학자로 고려대 총장을 지낸 유진오(법학과) 등 작고 교수들과 경제학자로 경제부총리와 서울시장을 역임한 조순(경제학과), 생물학자 노정혜(생명과학부) 등 생존 교수들의 작품이다.

특히 2011년 지병으로 별세한 신광현(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친구인 이주형 인문대학장(고고미술사학과 교수)에게 별세 전 이메일로 남긴 절명시는 신 교수의 딸이 대신 써 의미를 더했다. 신 교수는 ‘하늘이 어느새 하얗구나. 물고기 한 마리 헤엄친다. 어디든 가는 곳이 길이구나. 空(공)으로 다 통하니까’고 썼다.

이번 전시회는 최종고 명예교수가 은퇴한 교수, 작고한 교수의 유족 등을 직접 접촉해 마련했다. 최 명예교수는 “서울대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되는 이번 서화전에서 독특함과 학문적 여유, 향기를 지닌 서울대 학자상을 만날 수 있다”며 “젊은 교수들, 학생들에게도 아름다운 전통이 계승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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