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秋風) 탄 반풍(潘風), 예상 진로는? 경선ㆍ추대ㆍ무소속의 ‘고차방정식’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가을 녘의 고기압에 올라탔다. 추석 이후 처음 실시된 여론조사(18일 국민일보ㆍ리얼미터)에서 25.9%의 지지율을 기록,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8%포인트 가까이 따돌리더니 ‘오는 1월 귀국해 재단을 설립할 것’이라는 설(說)까지 나돈다. 19대 대선 ‘최대 거물’의 조기 등판이다. 그러나 반 총장의 향후 진로는 아직 명확지 않다.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이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것이냐, 그도 아니라면 친박(親박근혜)계의 추대를 기다릴 것이냐. 그의 선택에 따라 여야 잠룡들의 거취 역시 요동칠 전망이다. 


▶‘상처뿐인 경선’ 참여할까…친박계 지원 속 추대론 ‘관망’도=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 총장의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 확률은 아직까지 낮은 편이다. 임기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새누리당의 옷을 입는다면 ‘친박계 후보’라는 이미지 속에서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가 3~5개월간 치열한 정책토론을 벌인 뒤,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토너먼트식 대선경선’을 제안한 것도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UN 사무총장직 수행 당시 저지른 과오가 공격당할 수 있을뿐더러, 중도층의 소구가 큰 유승민 의원 등이 약진할 경우 대권도전은 ‘물거품’이 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추대론’ 확산을 기다린다는 말도 나온다.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친박계의 ‘반 총장 환영사’가 줄을 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10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금의환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친박계 대표 공격수인 조원진ㆍ이장우 의원은 “반 총장이 1월 귀국한다는 것은 여당으로선 환영할 일”, “반 총장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친박계가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추대할 경우, 김무성 전 대표 등 비주류 잠룡들이 ‘제3지대’로 향해 ‘시계 제로’의 정계개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부담이다.

▶무소속 출마 후 단일화론도 고개=결국, 반 총장이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낙점되는 방법은 무소속 출마 강행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취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국내 행보를 점차 확대하다가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이 끝나는 시점에 ‘입당’을 전제조건으로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려면 반 총장이 현재의 ‘신비감’을 기반으로 대선후보 지지율 1위 자리를 6개월 이상 유지해야만 한다. 비박(非박근혜)계 강석호 의원은 정치권 안팎의 이런 분위기를 경계하듯 “반 총장이 구세주라도 되는 듯 너무 치켜세운다면 우리 정치권과 사회에 부끄러운 점이 남지 않을까 한다”며 “(반 총장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공평하게 모든 부분이 (평가에) 들어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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