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美대선 ①] 경제 살린 건 민주당인데, 트럼프가 뜬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올해 미국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인기의 주요 원동력은 ‘경제 위기로 인한 분노’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평가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음에도 그의 인기는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아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이 추석 연휴를 보내는 동안 미국에서는 금융위기의 터널을 거의 탈출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2015년 중간 가구의 전년 대비 소득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는 인구조사국의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빈곤율도 뚝 떨어졌다.


이는 특히 정권 재창출을 노리고 있는 민주당에게는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9ㆍ11 추모식장에서 실신한 일로 위기에 빠진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병상에 누워서도 “우리는 350만 명을 빈곤에서 탈피시켰다. 1968년 이래 한해에 빈곤이 최대로 줄어든 것이다”, “여러분과 내가 8주 후에 하는 선택은 오랫동안 미국의 방향을 결정한다” 등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멘트를 트위터로 전하며 치적을 홍보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무색하게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기세는 등등하다. 그는 2주 전 멕시코 대통령을 만난 이후 지지율을 회복하기 시작해, 18일(현지시간) LA타임스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47.7%의 지지율을 얻어 힐러리를 6.7%포인트 차로 크게 앞지르기까지 했다.

트럼프는 경제 위기로 곤궁해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자던지,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이민자를 내쫓자던지, 고립주의를 택해 국외 문제에 간섭을 자제하자던지 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의 경제학자 46명 가운데 60%가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된다고 할 정도로 그의 공약이 허황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높았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효과를 봤다.

이에 외신들은 단순한 ‘중간값’의 평균 수치 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경제적 위기감을 통해 트럼프의 인기를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1990년대 말과 비교한다면 하위 50%의 소득은 오히려 떨어진 상황이라며 경제위기가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 발표된 소득 증가는 일자리 증가에 따른 것이 임금 상승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도 꼬집었다.

와이오밍주의 탄광 지대에서 가게를 운영했던 마크 퍼킨스는 임금이 오른거나, 실업률이 줄어든다는 통계 발표에 대해 코웃음쳤다. 그는 “여기서는 ‘킬러리’(Killary, Kill 힐러리) 팬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는 우리를 직장에서 쫓아내고, 짓누르는 데 목소리를 높여왔다”라며 “우리는 노동자에 대해 이해해줄 공화당 후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선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도 경기가 좋다고 말한 이는 26%에 불과한 반면, 나쁘다고 답한 이는 30%였고 경제 전망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답한 이는 57%에 달했다.

물론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뽑는 것이 위험한 선택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ㆍCBS뉴스의 최근 공동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1433명 가운데 67%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답했다. 또 트럼프가 성격이나 기질 상 대통령에 어울린다는 사람은 힐러리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기득권이 아닌 아웃사이더에 의한 변화의 바람이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가 미국 정치권에 진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48%로, 힐러리가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응답자 비율보다 12%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몬태나주(州) 애너콘다 부보안관 출신인 패트릭 켈러거는 “트럼프의 수사법이나 말하는 방식은 위험한 부분”이라면서도 “그는 우리가 아는 정치권 밖에 있는 인물이고 다른 방식으로 보기 때문에 진짜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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