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조선 수주실적 역대 최악…버티느냐 무너지느냐 ‘갈림길’

삼성重 ‘제로’…현대重은 11%불과

수사 곤욕 대우조선해양도 16%

삼성중공업이 다음달이면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한 지 1년째가 된다. 수주 없는 1년이 된다는 상징성이 크다. 다른 대형 조선사 수주 실적도 올해 세웠던 목표치의 10% 안팎에 머무는 등 극심한 업황 악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버티느냐’, ‘무너지냐’의 갈림길에 조선업이 서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유조선 2척을 수주를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신규 수주가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기업 ENI가 발주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다. 전체 사업 규모는 54억 달러 규모로, 삼성중공업이 받을 물량은 대략 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상 진행 상황은 지난 7월께에 처음으로 알려졌으나 2달째 협상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외에도 삼성중공업은 인도 게일사와 유조선 수주 계약 등을 진행중이다. 회사측은 이탈리아 ENI 발주건이 성사되면 올해 수주 목표치를 상당부분 커버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고난의 길’을 걷고 있긴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치는 187억달러지만 현재까지 수주 실적은 21억 달러에 불과하다. 달성률은 11.8%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업황이 나빴던 지난해와 비교하더라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가량 수주가 급감한 상태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은 최근 은행들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을수 있게 되면서 수주에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9일 그리스 선주로부터 VLCC2척을 수주했지만 한달반 가까이 RG발급이 늦춰지면서 최종 수주 여부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계열사 현대오일뱅크가 실적 효자 노릇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 것도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큰 위안거리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의 정유 자회사 현대오일뱅크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연간 목표 62억달러 가운데 10억달러 규모의 수주만 해 둔 상태다. 달성률은 16.1%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여기에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주식 거래도 정지된 상태다. 또 정성립 사장은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와야 할 상황이고, 강점이었던 해양플랜트 분야의 신규 발주도 아직은 업황 회복을 기대키 어렵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중고선박들이 대거 시장에 풀릴 경우 신규 발주 물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조선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외 선주들이 한진해운에 빌려준 선박을 되돌려 받을 경우 신규 선박 발주를 포기할 개연성도 커지게 된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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