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일본 롯데’ 우려…

신동빈 실형땐 최악의 상황
日홀딩스, 호텔롯데 99%지분
日경영진, 한·일롯데 지배가능성

롯데그룹이 최악의 경영공백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오는 20일 그룹 비리 의혹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어 ‘경영권 공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 회장 소환을 앞둔 롯데그룹 경영진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경영활동의 제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 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려갔고,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 후견인이 필요하다’는 법원의 결정을 받았다. 결국 롯데가(家) 핵심 세 부자(父子)가 법정에 서거나 경영권에서 완전히 멀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이후 한ㆍ일 롯데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일대 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롯데 내부에서는 일본의 경영진과 주주들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 전체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는 호텔롯데다. 그런데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일본롯데홀딩스가 들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롯데홀딩스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한국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좌지우지된다는 뜻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끊임 없이 노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를 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가족기업인 광윤사(光潤社, 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투자회사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 10.7%), 신격호 총괄회장 포함 가족(10% 안팎) 등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 관계로 의결권이 없는 LSI를 제외하면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및 임원지주회가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 가진 셈이다.

문제는 롯데 일가의 지분이 50%를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영권 분쟁 중인 동주ㆍ동빈 형제의 개인 지분은 각각 1.62%, 1.4%로 미미하다. 특히 오너가 지분을 모두 합쳐도 10%가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오너가의 가족회사인 광윤사 지분을 더해도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실적을 무기로 ‘원 롯데’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이 흔들릴 경우 한국 롯데그룹 전체 경영권이 어디로 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현재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 관계사 지분을 관리하면서 신동빈 회장 편에 서 있는 츠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롯데홀딩스 사장 등 일본 경영진들이 ‘딴 생각’을 품을 수도 있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츠쿠다 홀딩스 사장, 카와이 카츠미 홀딩스 전무, 고초 에이이치 홀딩스 이사 겸 일본 롯데물산 대표 등 일본롯데 주요 경영진은 미도리상사, 패미리, 그린서비스 등 홀딩스 주주인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를 감안할 때 롯데 그룹 최고 경영진이 바뀌는 비현실적인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며 “한국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연 매출 약 100조원에 이르는 한국 롯데를 외형상 20분의 1에 불과한 일본 롯데가 지배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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