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추석 파일럿 예능… ‘정규 편성’ 티켓의 주인공은?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올해 추석에도 파일럿 대전은 치열했다. KBS는 5개, MBC는 7개, SBS는 총 3편을 대령했다. 명절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파일럿도 새 단장을 한 것은 물론 마술, 요리, 춤까지 장르는 더욱 다채로워졌다. 3개 방송사 물량 공세 속에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시청률 1위는 KBS2 ‘노래싸움-승부’… 정규 편성 ‘청신호’?= 이번 추석 파일럿 예능 대전의 최종 승자는 새로운 음악 예능, KBS2 ‘노래싸움-승부’였다.

추석 다음 날인 16일 오후 6시 50분에 방송된 KBS2 ‘노래싸움 승부’ 2부는 전국에서 10.6%, 수도권에서 10.4%를 기록해 동 시간대 프로그램은 물론 추석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틀어 1위에 올랐다. 앞서 5시 40분에 방송된 1부는 전국 기준 4.8%, 수도권 기준 4.7%를 기록했지만 2부에서 시청률이 반등하며 정규 편성행 티켓을 거머쥘 승산도 커졌다.

음악 예능이 이미 다수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반 “또 음악 예능”이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는 불식됐다. 비 가수 연예인들의 예상 외의 노래 실력과 예능감이 더해져 신선함과 흥미를 자아냈다.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노래싸움 승부’는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을 지닌 연예인 팀과 음악감독이 한 조를 이뤄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치는 서바이벌 음악버라이어티이다. 남궁민이 MC를 맡아 음악감독 김형석-윤종신-정재형-윤도현-이상민과 총 15명의 비가수 연예인들이 모여 서바이벌 노래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형석과 선우재덕-임형준-권혁수, 윤종신과 황석정-김수용-손호영, 정재형과 동현배-최윤영-이주승, 윤도현과 한상헌-공서영-문지애, 이상민과 문세윤-김희원-이용진으로 팀 매칭을 이뤄 총 14라운드에 걸친 승부가 펼쳐졌다.

이외에도 KBS가 내세운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6.9%,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웬만해선 이 춤을 막을 수 없다-붐샤카라카(5.0%)’, ‘구라차차 타임슬립 새소년(4.6%)’, ‘헬로프렌즈-친구추가(4.5%)’가 그 뒤를 이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MBC도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아이돌스타 육상 리듬체조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8.9%)‘, ‘아이돌 요리왕(7.2%)’, ‘톡 쏘는 사이‘(7.2%) 등이 7%대 시청률을 넘어서며 선전했다. 나머지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 , ‘머니룸’, ‘닥터고’ 등은 고전했다.

SBS는 역시 음악 예능인 ‘노래 부르는 스타-부르스타’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내일은 시구왕(5.0%)’, ‘드라마게임-씬 스틸러(4.1%)’ 등은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는데 큰 의미를 더했다.

▶아이돌VS아이돌, 이변없는 1위 MBC‘아육대’… ‘아이돌 요리왕’ 선전= 올해 추석 트랜드는 ‘아이돌’이었다. 아이돌을 필두로한 다채로운 경연이 펼쳐졌다. 아이돌 217명이 벌이는 아이돌 요리 대결 MBC ‘아이돌 요리왕’과 예술 시구를 선보인 SBS ‘내일은 시구왕’이 추석 전날인 14일 동 시간대 정면 승부를 벌였다. 추석 당일인 지난 15일에는 KBS2가 새롭게 내놓은 ‘웬만해선 이 춤을 막을 수 없다-붐샤카라카(이하 ‘붐샤카라카’)’는 터줏대감 MBC ‘아이돌스타 육상 리듬체조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와 같은 날 전파를 탔다.

승리의 트로피는 이변 없이 MBC ‘아육대’에게 돌아갔다. 지난 16일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15일 오후 5시 20분 방송된 1부 시청률은 전국 기준 7.0%, 수도권 기준 7.2%, 2부는 전국 기준 8.9%, 수도권 기준 9.0%로 평균 시청률로는 올해도 추석 당일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틀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아육대’는 2010년 추석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처음 선보인 뒤 매년 시청률 1위를 거머쥐며 추석 간판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특히 리듬체조 종목을 추가해 여성 아이돌 멤버들이 화려한 묘기를 선보였다. 7년째 이어오고 있는 장수 파일럿 예능이지만 처음 육상으로 시작해 매년 새로운 종목을 추가해오며 발전을 거듭했다. 올해 리듬체조는 신의 한 수였다. 특히 우주소녀 성소가 선수 못지 않은 실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물론, 우주소녀 성소의 리듬체조 영상이 19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20만뷰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초짜 아이돌 추석 파일럿 중에서는 MBC ‘아이돌 요리왕’이 선전했다. 첫 선보인 파일럿임에도 지난 15일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35분 방송된 MBC ‘아이돌 요리왕’은 1부에서 전국 기준 4.2%, 수도권 기준 4.5%, 2부에서는 전국 기준 7.2%, 수도권 기준 7.8%를 기록했다. 이는 15분 늦게 시작한 ‘내일은 시구왕’을 이긴 성적일뿐 아니라, 2부 시청률의 경우 ‘아육대’ 1부 시청률보다 높은 수치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아이돌 요리왕’은 수란과 지단 등 기본기를 보는 예선 미션부터 전문 셰프 급 퀄리티를 보여준 본선 미션까지 아마추어를 뛰어넘은 요리 실력을 선보였다. ‘제1대 아이돌 요리왕’의 왕좌의 영광은 황광희에게 돌아갔다. 웃음기를 쏙 빼고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내 놓은 떡갈비와 해산물 냉채로 92.61점을 받았다. ’쿡방‘이 한물갔다지만, 아마추어인 아이돌이 진지하게 요리에 임하는 모습은 잘하면 잘하는 대로, 또 못하면 못하는 대로 탄성과 웃음을 자아내며 몰입도를 이끌어 냈다.

▶SBS ‘부르스타, 이영애 출격… 화제성, 시청률 모두 잡았다= 추석 파일럿 예능은 장르나 소재뿐 아니라 간판 케스팅도 중요한 승부수다. 명절 파일럿 전쟁이 치열하다보니 방송사들도 시청률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캐스팅에 주력하곤 한다. 이번 추석 역시 어김없이 아이돌은 물론, 배우들의 출격도 이어졌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빛난건 배우 이영애였다.

이영애는 SBS ’노래 부르는 스타-부르스타(이하 ‘부르스타’)‘에 출연해 실제 일상과 소탈한 모습을 파격적으로 공개했다. 데뷔 26년 만에 첫 예능 출연이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비주의의 대명사지만, 이날 방송에서 만큼은 노래부르는 이영애, 예능하는 이영애를 볼 수 있었다. 시청률도 함께 잡았다. 추석 다음날인 16일 오후 11시 30분에 방송된 SBS ’부르스타‘는 1부에서 전국 기준 5.2%, 수도권 기준 6.3%, 2부에서는 전국 기준 6.9%, 수도권 기준 8.7%를 기록해 1부와 동시간대 방송된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4.8%)‘와 2부와 겹친 MBC ’나혼자 산다(6.3%)‘를 모두 제쳤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부르스타‘는 ‘노래를 통해 스타를 만난다’는 하이브리드 뮤직 버라이어티로 MC 김건모, 윤종신, 이수근, 강승윤이 MC로 발탁, 단독 예능 게스트로 이영애가 출연했다. 이영애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배워 와서 알게 됐다는 ‘픽 미(Pick Me)’를 시작으로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조용필의 ’바운스‘ 등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애창곡 리스트를 소개했고, 윤미래의 ’메모리즈(Memories)‘까지 부르며 예상외의 랩 실력까지 선보였다.

“세월이 흐르고 아기를 낳아 키우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같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는 이영애의 말처럼 ‘부르스타’를 통해 여섯 살 난 쌍둥이 육아기와 함께 친정어머니와 고추를 말리며 농사를 짓는 등 여느 주부와 다르지 않은 일상으로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안겨줬다.

leunj@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