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회장 구속땐…일본주주가 한국롯데 좌지우지 할수도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주총 열어
신동빈 회장 대표직 해임 가능성
日전문경영인이 막대한 영향력 우려
롯데그룹 “고객·협력사 피해방지 최선”

롯데그룹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신동빈 회장을 소환했다. 롯데그룹 창립 이래 그룹 총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최악의 경영권 위기에 직면했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구속 기소되면 지난해부터 치열하게 전개된 경영권 분쟁을 거쳐 자리 잡은 한ㆍ일 롯데의 ‘원 리더(One Leader)’ 지위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구조 상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경영 관례상 일본롯데홀딩스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해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 롯데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홀딩스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서고, 한국 롯데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본 롯데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다.

일본에서는 경제사범의 혐의가 확정적일 경우 구속 수사하고, 실제로 구속되면 대부분 유죄가 선고된다. 따라서 한국에서 신동빈 회장 구속이 확정될 경우 일본 임원들과 주주들은 ‘더 이상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 대표직 사임을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일본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경영진이 비리로 구속되면 바로 당일이나 다음날 임원이 사죄하고 경영진 해임과 새 경영진 선임 등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신동빈 회장과 일본롯데홀딩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의 단독 대표 경영체제로 꾸려질 가능성이 가장 큰 상황이다. 또 당장 구속이 되지 않더라도 기소 후 재판 결과 신동빈 회장의 유죄와 실형이 확정될 경우에도 신 회장은 더 이상 홀딩스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연 매출 100조원, 한국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을 외형상 20분의 1에 불과한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일본롯데홀딩스를 이끌 인물도 마땅치 않다. 고령의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달 후견인(법정대리인)이 지정될 만큼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고,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주총을 통해 이사직에서 해임된 바 있어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 사유는 이사회 승인 없이 정보통신기술(IT) 업체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사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가 일본인으로 바뀌어도 롯데 일가가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다. ‘세력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설계된 지분구조 탓이다.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건 일본롯데홀딩스다. 홀딩스의 지분을 보면 롯데일가 가족회사인 광윤사(光潤社) 28.1%와 일가 개인 지분 약 10%를 제외한 주식 과반을 일본인 종업원과 임원, 관계사가 보유하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을 19% 정도 갖고 있고, 여기에 L투자회사 등까지 포함한 일본 주주의 호텔롯데 지분율은 99%에 달한다.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핵심 인물들이 구속 수사를 받거나 재판 결과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지분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일본 주주들이 한국 롯데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더라도 한국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기 때문에 일본 주주들이 곧바로 신 회장 해임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재판결과를 두고 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총수의 구속은 다른 기업의 상황과 다르다”며 “지배구조상 경영권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신 회장의 구속은 신중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날 신동빈 회장 검찰 출두 직후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최근 일련의 일들로 롯데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 여러분과 협력사 피해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내외 18만명이 종사하는 롯데의 미래 역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임직원이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통해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국가 경제에 기여 하겠다”며 “신뢰받는 투명한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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