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빠는 처음이야4]“매미가 무서워요”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육아휴직 경험기도 아닙니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죠. 24개월 아이를 둔 30대 중반, 그저 이 시대 평범한 초보아빠입니다. 여전히 내 인생조차 확신 없으면서도 남편, 아버지로의 무게감에 때론 어른스레 마음을 다잡고, 또 때론 훌쩍 떠나고 싶은, 그저 이 시대 평범한 초보아빠입니다. 위로받고 싶습니다. 위로 되고 싶습니다. 나만, 당신만 그렇지 않음을 공감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그런 뻔하디 뻔한 이야기입니다.>

조금씩 말문이 열린다. 질문인지 답인지 헷갈리는 대화이지만, 아이와의 대화도 외국어 학습과 비슷하다. 반복청취, 반복연습, 반복대화, 그러다보면 조금씩 귀가 열리곤 한다. 아빠가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의 말을 엄마가 놀랍게도 ‘캐치’해내는 비결은 딴 게 아니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 시간과 연습이 답. 하나둘씩 대화가 늘어나는 건 참 신비로운 경험이다. 아이의 하루하루는 여행같다.모든 게 처음이고 모든 게 새롭다. 덕분에 나 역시 여행을 떠난다. 나도 저랬을까? 우리 모두도 저렇게 세상 모든 게 신기했을까?

▷chapter 1, 비 오는 베란다 앞
“아빠, 아빠, 저게 뭐지?”
“아, 비가 오는거야. 비.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네.”
“가보까? 가보까?”
“놀이터에 친구들이 한 명도 없지? 비가 오는 날에는 젖어서 밖에 나갈 수가 없어.”
“가보까? 가보까?”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는데, 아직 우산을 쓰기엔 너무 어려서 오늘은 나갈 수가 없어. 다시 해님이 나오면 나가자.”
“가보까? 가보까?”
“지금은 나갈 수 없으니까 이따 비가 그치면 그때 나가자. 약속.”
“가보까? 가보까?”
“아빠 팔이 아파. 이제 내려오자.”
“아빠 아파? 아파요?”
“아, 아냐. 아빠 안 아파. 괜찮아.”
“안아줘, 안아줘어”
“아빠가 ‘안아주세요’하라고 했지?”
“네, 안아주세요.”
“자 아빠가 다시 안아줬다. 이제 뭐할까?”
“가보까? 가보까?”
….

▷chapter 2, 매미가 맹렬히 우는 여름 낮
“뭐지? 뭐지?”
“아, 매미야. 매미가 ‘같이 놀자’ 하면서 맴맴하고 있는거야.”
“매미 무서워요.”
“매미가 무서워? 매미는 작아서 무섭지 않아.”
“무서워요. 매미 있어?”
“아니, 매미는 밖에 있어. 집에는 없어.”
(놀이터에서 놀다가 땅에 떨어진 매미를 보곤 손가락으로 누르고 날개를 찢고 잡아서 던지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뭐지? 뭐지?”
“아, 매미 소리야. 조금 전에 아빠랑 같이 매미 봤지? 막 날개를….”
“무서워요. 안아줘요.”
….

▷chapter 3, 간식을 잔뜩 먹고 난 저녁 밥상
“자 이제 밥 먹자.”
“배가 아파요.”
“배가 아파? 어디가 아파?”
“여기가 아파요.”
“배가 아프구나. 그럼 밥은 안 먹을꺼야?”
“안 먹어요.”
“그래, 안 먹어도 되니까 밥 치울게.”
“먹어요.”
“밥 먹을꺼야? 그럼 자리에 앉아서 밥 먹자.”
“배가 아파요.”
“배가 아파? 그럼 밥 안 먹어도 돼.”
“밥 먹어요. 배가 아파요.”
(한참 뒤)
“배가 아픈 건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그럴 땐 ‘배가 아파요’가 아니라 ‘응가를 하고 싶어요’라고 하는거야.”

▷chapter 4, 처음으로 무지개를 본 날
“저기 봐, 하늘에 무지개가 있네. 보이지?”
“네, 저게 뭐야?”
“무지개라고 하는 거야. 무지개. 예쁘지?”
“네, 무지개. 예뻐요.”
(장판에 있는 무지개 그림 위에 자동차 장난감을 놓곤)
“아빠, 아빠”
“어, 지금 뭐하고 있어? 무지개 보고 있어?”
“자동차 탔어요. 무지개, 하늘을 날았어.”
“아, 지금 자동차로 무지개 위에 올라갔구나.”
“하늘을 날았어. 차 타고 하늘을 날았어.”
“좋겠다. 다음엔 아빠랑 같이 우리 차 타고 무지개로 하늘을 날자.”
“우리 차 아냐. 이거 우리 차 아냐.”
(장난감은 빨간 람보르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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