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명물인가 흉물인가 ①] 녹슨 사랑…남산 ‘사랑의 자물쇠’ 안전ㆍ환경오염 논란

-녹슨 채 난간 점령, 열쇠도 무단투기…미관도 해쳐

-관리자 “관광객 활성화 역할…안전관리 이상없다”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사랑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까? 2006년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일명 남산의 ‘사랑의 자물쇠’. ‘사랑의 자물쇠’는 남산 N서울타워를 명소로 이끌었지만 정작 전망대 가득한 ‘사랑의 서약’들은 위험한 흉물이 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난간에 쌓이는 자물쇠가 수천개로 늘면서 무게를 지탱하기 힘들어 방문객 안전을 위협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 녹슬어 버린 자물쇠와 연인들이 산에 버린 열쇠들로 인해 남산의 자연환경이 오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서울 용산구의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 난간에 매달린 자물쇠들. 난간을 가득 채워 미관을 해친다는 말과 함께 방문객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에 올라서니 온갖 자물쇠가 난간에 매달린 진풍경이 펼쳐졌다. 각양각색 자물쇠에는 ‘군대 기다릴게, 영원히 사랑하자’, ‘결혼 8주년, 죽을 때까지 함께 해’ 등 사연과 해외 관광객들이 외국어로 쓴 사랑의 속삭임들로 가득했다.

방문객들은 자물쇠를 배경에 두고 기념 촬영을 하는 데 여념 없었다. 전망대 난간은 N서울타워의 대표 장소로 손색 없어 보였지만 가까이서 본 상황은 달랐다. 남산 정상에서 서울의 풍경을 보려는 방문객들은 난간을 채운 자물쇠를 피해 일부 지점으로 밀집, 그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 중 아이들과 중ㆍ노년층은 녹슨 자물쇠 틈바구니에 서성이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서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없었다.

특히 자물쇠는 10개 중 3~4개 비율로 녹슬어 있었다. 손을 대니 녹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난간 틈에서는 버려진 열쇠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물질이 묻은 열쇠들에는 벌레가 꼬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안전 문제를 우려한다. 무분별하게 매달린 자물쇠가 붕괴 위험을 주는 건 물론, 일부 자물쇠가 없는 지점으로 방문객 무게 중심을 쏠리게 해 버팀목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쉽게 녹스는 자물쇠ㆍ열쇠가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운영국장은 “자물쇠에서 떨어지는 녹물은 식물과 야생동물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열쇠 또한 주변을 병들게 하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방문객들도 “사랑 서약도 좋지만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와 함께 온 전업주부 박영은(37ㆍ여) 씨는 “자물쇠 때문에 아이가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만지거나 입에 댈까봐 눈을 뗄 수가 없다”며 “취지는 좋지만 누가 봐도 문제있는 자물쇠들은 싹다 치워줬으면 좋겠다”며 토로했다.

[사진=녹슨 자물쇠들은 전망대 난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녹물과 녹가루는 근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남산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자물쇠 구역은 사유지라 직접 통제할 수는 없다”며 “자물쇠로 해당 지점이 한류 관광명소로 자리한만큼 무작정 제재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리업체 관계자는 “전망대 난간의 자물쇠는 매일 상태점검을 하고 있다”며 “2년 주기로 안전진단을 통해 점검도 시행, 올 7월에도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물쇠 트리를 만들고 열쇠 수거함을 설치하는 등 대책도 나서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우선 과제로 설정해 해결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슷한 문제를 두고 일부 해외국가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탈리아 로마는 2007년 폰테 밀비오 다리 일대에 자물쇠를 달다 적발되면 50유로(약 6만3000원) 벌금을 부과하는 제재안을 도입했다. 당시 연간 철거되는 자물쇠는 무게만 375kg를 넘었다. 프랑스 파리 또한 자물쇠로 퐁데자르 다리가 붕괴 위험이 일자 약 45톤의 자물쇠들을 모두 제거, 동시에 ‘사랑의 자물쇠 반대’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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