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이민 세력의 부상 가속화…극우 바람 부는 유럽 정계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유럽에 극우 바람이 불고 있다. 독일에서는 반(反)유로ㆍ반난민을 기치로 내세운 정당이 베를린 주의회 의원 선거에서 선전한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대선을 바라보는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재투표를 앞두고 있는 오스트리아 대선에서도 극우 정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난민 위기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하나된 유럽’의 꿈에 금이 가고 있다.

베를린 주의회 의원 선거 최종 개표 결과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4.2%에 이르는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으며 18일(현지시간) 베를린 시의회 입성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대안당은 창당 3년 만에 독일 전역 16개 주의회 가운데 10곳 진출에 성공했다. 반이민 정서에 힘입어 성장해 온 정당이 득세한 만큼 유럽 난민 수용의 선봉장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악재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은 베를린이 통일 독일의 수도가 된 이래 2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득표율 17.6%로 연정을 이루고 있는 득표율 21.6%의 사회민주당에 이어 2당 자리는 지켰지만, 지난 2011년 선거 때의 23.3%에서 득표율 급락세를 보였다. 1990년 독일 통일 이래 가장 저조한 득표율이다.

전통의 3당 세력인 좌파당은 15.6%, 녹색당은 15.2%, 친기업 자유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은 6.7%를 얻었다.

이웃 나라 프랑스에서도 르펜 대표가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르펜 대표 역시 반이민 정서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르펜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2017년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집권 사회당 후보를 제치고 5월 결선 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차 투표 결과 과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1,2위를 한 후보를 두고 2차 투표를 벌인다. 결선 투표에서는 공화당 후보에게 패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2위 가능성만으로도 FN의 인기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대선 재투표 또한 유럽연합(EU)의 고민 거리다. 반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극우 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5월 열린 대통령 결선 투표 때 부재자 투표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오는 12월 대선 재선거를 치른다.

5월 선거에서는 녹색당의 지원을 받은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는 반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극우 성향의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후보에 불과 3만863표, 득표율 0.6%포인트 차이로 겨우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재선거에서는 승부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호퍼 후보는 36%를 지지를 얻어 21%에 그친 판데어벨렌 후보를 이긴 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5%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

호퍼 후보는 EU가 중앙집권화를 강화하면 1년 안에 EU 회원 자격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난민 유입 사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터키가 유럽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반이민 정서를 잠재우려는 EU지지 지도자들의 시름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EU는 지난 3월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터키와 난민협정을 맺었으나 7월 터키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터키 정부가 쿠데타 세력 단죄를 명분으로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고 과도하게 민주주의를 후퇴시키자 터키와 갈등을 빚었다.

비판을 가하는 유럽에 터키는 EU가 정해진 시한까지 비자 면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난민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터키가 당초 선을 그은 시한은 10월이지만 독일 일요신문 벨트암존탁에 따르면 11~12월까지 EU의 결정을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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