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秋鬪 바람, 미진한 노동개혁 탓 크다

노동계에 부는 추투(秋鬪) 바람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저지하기 위해 노동계는 예고된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번 파업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금융ㆍ공공부문 노동자 20만명이 순차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다. 당장 23일에는 금융노조가, 27일에는 코레일과 지하철 노조 등 공공운수 부문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22년만에 철도와 지하철 운행이 동시에 중단될지도 모른다. 의료기관과 은행 이용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20일 국무회의에서 파업 자제를 권고하고 불법 시위는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먹구름이 잔뜩 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노동계가 대규모 파업을 작정하고 나섰지만 그만한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선 파업의 명분이 절대 부족하다. 성과연봉제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때만 되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로는 노동시장 이중성 등 산적한 현안을 풀기 어렵다. 임금 부담을 느낀 사업주는 정규직 고용을 꺼리게 되고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태부족한 청년 일자리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는 물론 비정규직 자체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중장년 조기퇴직도 호봉제에 따른 고임금 탓이 크다. 성과연봉제를 노동시장 개혁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렇다면 제도 시행에 공공성이 있는 공기업과 금융기관이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굳이 반대하는 것은 일부 귀족 노동자들의 철밥통 지키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국민들의 공감도 얻기 어렵다.

노동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노동개혁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의 당위성은 입이 닳도록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추진 동력이 돼야 할 노사정위원장 자리가 빈지도 벌써 석달째다. 이렇게 마냥 시간을 보내다가는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정부는 노동개혁 관련 4개 법안을 이른바 패키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부터 바꾸어야 한다. 노사정간 공감대가 형성된 근로기준법(근로시간 단축 등) 개정안만이라도 조속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일자리도 청년실업도 풀어갈 방법이 없다. 노사정, 그리고 국회의 냉정한 현실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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