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떨려 살겠나”…청심환 구매 늘었다

시민들 지진 공포에 재난상황 대비 움직임
생필품 재난가방·비상식량 구매 크게 늘어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직장인 김모(28ㆍ여) 씨는 머리맡에 생수와 초콜릿바 등을 담은 손가방을 두고 잔다. 지진이 발생한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김 씨는 “일본에 있을 때 새벽에 지진을 겪고 항상 대비해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딱히 믿을만한 대피소도 한국엔 없는 것 같아서 더 신경쓰게 된다”고 했다.

경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5.8의 강진이 벌어진 지 1주일 만인 19일 규모 4.5의 여진이 또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이처럼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의 고층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한모(27) 씨는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또 다시 천장에 전등이 달그락 소리를 내고 책상위에 물건들이 심하게 흔들리고 떨어졌다”며 “지난주처럼 여진이 올 수도 있으니 밖으로 나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됐다”고 했다. 이어 “TV에서 대피하라고 하거나 집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있으라고 안심시켜주면 좋을텐데 아무 말도 없었다”며 “부모님이랑 ‘이러다 큰일 날라. 컵라면, 햇반 사놔야 하는 거 아니냐’며 우왕좌왕했다”고 했다.

역시 대구에 거주하는 신모(36ㆍ여) 씨는 이날 집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자마자 남편과 두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지상주차장으로 뛰어 나갔다.

하지만 이날 발생한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예고편일까라는 두려움에 두시간 가까이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머물렀다. 이런 걱정은 신 씨 가족들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주차장에는 신 씨 가족을 비롯해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불안해하며 밖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신 씨는 “지난 지진에 대한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불안했는데 이렇게 심하게 느껴질 정도의 지진이 일주일만에 다시 발생해 너무 불안하다”며 “앞으로도 길게는 1년 가까이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막막하다”고 했다.

비상대피장소를 가족끼리 연락해서 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산시 수영구에 거주하는 박모(38) 씨는 “지진을 느끼고 배낭에 통장하고 현금, 라면, 담요 챙기곤 아직 귀가 하지 않은 가족들한테 연락했다”며 “또 지진이 발생하면 집 근처 B초등학교 모이자고 정했다”고 했다.

지진 트라우마가 확산되면서 재난용품 판매량도 늘었다. 재난 대비 쇼핑몰 관계자는 “지진 전후로 매출이 3배 정도 늘었는데 특히 부산, 경북 지역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손전등이나 비상식량을 비롯해 야광 팔찌 등이 많이 팔리고 원전하고 석유화학 단지 탓인지 방독면 수요도 늘었다”고 했다.

경주 시내 한 약국에 근무하는 김모(48) 씨는 “청심환이 평소보다 4∼5배 더 많이 나가는데 남성보다는 할머니, 아주머니 등 여성이 자주 찾는다”며 “조금만 흔들려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주 깬다고 하더라”고 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학과 교수는 “지진이 발생하면 침착하게 머리를 보호하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건물 밖 공터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며 “비상식량등을 모아둔 가방이 있다면 없는 것 보단 낫겠지만 괜히 그런 것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기 보단 몸을 가볍게 하고 정말 귀중한 물건만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김진원ㆍ신동윤ㆍ구민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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