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선박 모두 용선주에 반납…한진해운 중소 해운사로 전락?

법정관리후 쌓인 용선료 450억

한진해운이 빌린 선박을 모두 용선주에게 반선(返船)한다. 이달초부터 현재까지 7척(벌크선 3, 컨테이너선 4)을 반납한데 이어 나머지 76척도 줄줄이 반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그동안 빌린 모든 선박들을 순차적으로 용선주들에게 반납키로 결정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이날 “한진해운의 하역작업이 끝나는대로 모든 배를 반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금난으로 용선료가 하루하루 쌓이고 영업망이 무너지자 선대 축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개시 후 20여일간 쌓인 용선료만 4000만달러(450억원)에 달한다. 법원 측은 “매일 발생하는 용선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채무조정이 안되는 용선료 채권만 4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배는 항구에 접안에 화물을 내려놓고 ‘카고 프리(Cargo free)’ 상태가 되는 즉시 반납한다. 다만 하역이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자금 지원이 미뤄지고 하역 작업이 늦어지면 그만큼 용선료 부담도 점점 불어난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법정관리 직전 총 141척의 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 컨테이너선은 97척으로 60척이 빌린 배, 37척이 한진 소유의 배들이다. 벌크선은 22척이 빌린 배, 22척이 한진 소유다.

화물이 실리지 않은 빌린 선박은 이미 반환이 완료된 상태다. 19일 기준 벌크선 3척, 컨테이너선 4척을 반납했고, 조만간 14척의 벌크선과 14척의 컨테이너선을 반환할 예정이다.

한진해운 품에서 떨어져나온 선박들은 대부분 매각절차를 밟게된다. 한진해운의 보유 선박도 일부 매각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진해운이 (자금 확보를 위해) 자체 보유 컨테이너선 37척 가운데 22척을 매각하고 15척만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전 141척이던 한진해운 총 운영 선박 수가 124척으로 줄면서 해운업계에서 순위도 7위(선복량 기준)에서 10위로 하락했다.

이같은 선대 축소는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몸집을 줄여나가는 구조조정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현재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 와중에도 하루에도 200만달러(22억4000만원)의 용선료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측은 “어떻게든 나가는 비용을 줄이고 회사 규모를 축소해야 다시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측은 “현재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기존처럼 많은 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회사 규모를 줄이는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물류대란으로 화주들이 이탈하면서 영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배를 갖고 있어도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서도 당장 뼈아프지만 불필요하게 날아가는 용선료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회생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물류대란이 발생하면서 화주들이 다 떠나가버리자 (선박으로)돈은 못벌고 돈만 까먹는 밑빠진 독이 됐다”며 “최대한 군더더기 비용을 줄여야 한진의 회생가치를 높여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선ㆍ고도예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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