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서바이벌 ‘도전-K스타트업 2016’의 도전과 과제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창업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KBS ‘도전-K스타트업 2016’이 모바일 기기와 신체 치수를 정확히 재는 스마트 줄자를 개발한 ‘베이글랩스’에 대상이 수여된 가운데 지난 10주간의 결전을 마무리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무려 6000여명이 예심에 참여했다. 한국 사람들이 창의력과 재능, 열정, 도전정신을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멘토의 도움을 받아 단점을 보강해 아이템의 완성도를 높이고 갈수록 프리젠테이션(PT) 실력도 향상돼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창업자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게 느껴진 말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은 빨리 실패하면 빨리 재투자해서 재기하는 운영 시스템이 잘 돼있는 반면 한국 스타트업은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도전-K스타트업 2016’이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이 좌절되지 않고 현실로 만들어주는 소위, ‘도전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효과는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서바이벌 대결 구도인데, 장점과 단점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서바이벌 방식은 보는 사람들을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음악도 음악 자체만 들려주는 프로그램보다는 넉다운 방식을 채택한 서바이벌 형식의 대결구도를 접목시킨 음악예능이 시청률이 높아지는 등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려운 과학이나 IT 기술이 들어가 있는 제품도 딱딱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MC인 친근한 신동엽이 승부의 추임새를 넣기도 하는 등으로 흥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창업 서바이벌도 계속 진행되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충분히 끌고 있지 못한다는 느낌도 든다. 벤처업체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게 되면, 서바이벌이 주는 긴장감 같은 묘미가 제대로 안살아날 수 있다.

예선 사업발표 제한시간은 100초, 맞짱심층오디션은 1분, 그 다음에는 3분, 15분동안 발표하게 하는데, 방송에서는 많은 부분이 편집되다 보니 대결 포인트가 잘 안살아날 때가 있었다.

또 예선,본선, 결선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계속 똑같은 아이템을 발표하다 보니 PT 내용들이 중복되는 사례도 더러 있었다. 이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시청률도 감소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까지 일어났다.

창업오디션은 PT를 못한다고 해서 떨어져서는 안된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무대에서 실수를 안해야 하고 당일 보여준 퍼포먼스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도전 k스타트업 2016’ 같은 창업오디션은 PT보다 내용(상품의 질, 차별성, 완성도)이 더 중요하다.

이 프로그램의 심사방식은 평가단도 새롭게 조직하는 등 순위를 가리기 위한 정교한 장치를 가미해 그 어느때보다도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PT만 청산유수처럼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며, 형식보다 내용을 시청자에게 더 정확하게 알려주는 팀이 유리해져야 한다.


‘도전-K스타트업 2016’에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들이 모였다. 물론 스타트업이 사업화를 시도하면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맷집이 길러지고, 적응력과 생존력도 그만큼 더 강해진다. 전문가란 실패를 많이 한 사람과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이 프로그램은 이런 사이클을 계속 돌려주게 하는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

창업은 아이디어와 사업성이 가장 중요하다. 제품과 기능만이 전부가 아니다. 스타트업의 제품은어느날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삶의 문화도 함께 보여주었으면 한다.

‘덕업일체’라는 말은 좋아하는 것과 직업이 같다는 뜻이다. 창업자들 대다수는 덕후(마니아) 기질이 농후하다. 그들의 독특하고 다양한 생활방식과, 그 속에서 어떻게 스타트업을 하게 됐는지의 과정도 이 프로그램이 추적해줬으면 좋겠다.

창업 경진 프로그램은 이제 서바이벌 대결 구도만이 절대적인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오랜 기간 서바이벌 경쟁 방식을 채택하다 보니 식상해진 감도 있다. 따라서 이제는 초반에 ‘좋은 아이템’ ‘가능성 있는 제품‘이라는 전문가나 심사위원의 판단을 받은 아이디어 제품을 서바이벌 구도 없이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을 리얼리티로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도 한번 시도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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