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의 독재”“백인은 새로운 흑인”…극우바람 주동자는 저학력·일용직

저학력ㆍ일용직자들이 세계화에 반발하며 극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독일에서 반(反)유로ㆍ반난민을 가치로 베를린 주의회 의원 선거에서 선전한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ㆍ독일대안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고졸 이하의 일용직 종사자들이 많았다. 프랑스의 극우정당으로 분류되는 국민전선(FN)도 마찬가지다. FN는 저학력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지난해 프랑스 1차 지방선거에서 27.7%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선진국의 저학력 일용자들, 극우바람을 일으키다=18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독일대안당의 득세를 주도한 것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정책과 세계화 정책에 반발한 45세 이상 비정규직자들이었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infratest dimap)은 독일 대안당을 지지한 연령대는 45~59세가 15%, 60세 이상이 13%, 35~44세가 12% 순으로 많았다고 분석했다. 독일대안당을 지지한 18~24세 청년은 7%, 25~34세 청년은 8%를 기록했다. 직종 별로 따졌을 때 노동 및 일용직 종사자 23%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실업자 19%, 연금수령자 13%가 뒤를 이었다. 베를린 유권자 중 고학력자는 단 7%만이 독일대안당을 지지한 반면, 중등교육과 초등교육 이수자는 각각 20%와 19%가 독일대안당을 지지했다.

독일대안당 지지자들의 특징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프랑스의 극우바람, 미국의 트럼프 현상을 이끈 지지자들의 특징과 유사하다.

지난해 치러진 프랑스 1차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매체 L’OBS에 따르면 43%의 노동자들과 대학 이하의 학력을 가진 유권자 36%가 FN을 지지했다. FN을 지지하는 연령대는 18~24세 이하의 유권자가 35%로 가장 많았다. FN 지지자들의 48%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 역시 저학력의 저소득 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AP와 에디슨 리서치가 지난 4월 발표한 공화당 경선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유권자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한 비율은 전체 47%에 달했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와 반(反) 이민정책으로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등 ‘러스트벨트’(Rust Beltㆍ쇠락한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의 백인 노동자층 유권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선진국의 저학력ㆍ노동자들, 스스로를 세계화의 ‘피해자’로 바라보다=유럽과 미국에서 우익 포퓰리즘이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에는 ‘분노의 정치’가 있다. 우익 포퓰리즘의 지지자들은 공통적으로 곤궁함과 사회적 박탈감의 원인을 내부가 아닌 다른 인종이나 외국인 등 외부에서 찾았다.

또 극단적인 정당을 지지함으로써 고착화된 사회구조의 개혁을 추구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세실 반 데 벨데(Ccile Van de Velde)는 “‘학력의 독재’로 계층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저학력ㆍ저소득의 늪에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사회적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슬레이트 지는 FN 지지자들이 스스로를 세계화의 ‘피해자’로 바라보고 대대적인 정치혁신을 기대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유력매체인 슈피겔은 독일 저소득ㆍ저학력자들이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과 난민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독일대안당을 지지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선거에는 지난 2011년 선거에 참가하지 않은 비투표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트럼프 현상 속에도 저학력ㆍ저소득 층의 분노가 내재하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 사회학과 학과장인 파완 딘그라(Pawan Dhingra) 교수는 지난 8월 ‘백인은 새로운 흑인(Whites are new blacks)’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논문을 통해 20세기 말 이후 저학력ㆍ저소득층 백인의 행동양식이 과거 높은 비행률과 범죄율, 그리고 빈곤율로 사회적 문제가 됐던 흑인 소외층의 행동 양식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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