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과 통계] 계춘할망과 9월21일 치매극복의 날

[헤럴드경제] 얼마 전 개봉한 ‘계춘할망’은 사연이 있는 가짜 손녀와 할머니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이해를 할 때까지의 과정을 담담한 수채화처럼 풀어낸 영화다. 배경이 된 제주도의 멋진 풍광도 볼만했다. 커다란 자극과 반전이 없으면서도 깊은 울림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영화의 말미에 주인공 계춘할망은 치매에 걸리고 손녀가 할머니를 돌보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평을 보면 치매 걸려서 고생하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 많이 울었다는 관객들이 많았다.

세월을 거스르지 못해 치매에 걸린 계춘할망처럼 평균수명은 늘고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우리사회에서 치매환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올해 치매인구는 68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약 127만 명, 2050년에는 약 271만 명으로 매 20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치매환자의 실종도 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치매환자 실종자 신고 건수가 2011년에 7604건에서 2014년에는 8207건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 치매환자 수 증가 전망]

9월 21일은 제9회 ‘치매극복의 날’이다.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기념일로 정한 날이다.
우리 정부도 치매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부터 치매 정밀검진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중증 치매 환자 가정에 요양보호사가 24시간 상주하는 ‘방문요양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정부가 마련한 제3차 치매관리 종합계획(2016~2020년)은 선진국처럼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 예방과 관리’를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올 상반기 황혼들의 청춘찬가를 그린 인기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치매환자가 된 72세의 조희자(김혜자 분)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대신 고향 친구들과 지인들이 따뜻하게 감싸고 돌보기로 결정하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이처럼 이웃과 지역사회가 나서면 치매 환자의 품위 있는 생활과 질환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규남 통계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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