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원전불안, 립서비스 아닌 실질대책 있어야

국민들의 지진 공포가 원전 불안감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여전히 낙제점이다. 대통령이 “원전과 방폐장 등에 대한 지진 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하라”고 지시하고 산업부에서 “에너지시설 내진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이 전부다. 도대체 구체성이 없다. 시간이 지나 잊혀지기만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원전 안전대책에 대한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절실하다. 언제까지 어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확한 계획부터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이 안심할만한 수준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원전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불과 5년 전 처참한 후쿠시마 원전 재난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했고, 국내 원전마피아들의 원전부품비리에 분통을 터뜨린 게 불과 한두해 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진도 9.0의 도호쿠 강진과 쓰나미로 인한 것이다. 이 지진으로 사망 1만7333명, 실종 3155명, 부상 2만6992명에 116만채의 건물이 무너졌고 17조4000억엔(약184조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이중 원전 관련 피해(사상자 1만8520명, 재산 16조9000억 엔)가 대부분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안일한 대응과 노후한 설비, 원전의 안전에 대한 자만과 오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자연이 불러온 재해를 사람이 더 키웠다는 얘기다.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 2013년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 사건이 불거져 국민을 깜짝놀라게 하더니 다음해에는 정비부품 시험성적서 위·변조 사례가 적발됐다. 급기야 지난해 7월 ‘원전비리 방지를 위한 원자력발전사업자 등의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이 마련됐을 정도다.

국내 원전의 내진 설계값은 0.2~0.3g이다. 규모 6.5~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가동 중인 전국의 원전 24기가 모두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으니 안심하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지난 2014년 214명의 사상자를 낸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건은 눈이 많지 않은 경주지역의 수준에 맞춰 건물을 짓다보니 1m에 가까운 폭설을 견디지 못해 생긴 일이다. 이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규모 7.0의 강진 발생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6.5의 내진 설계로 안심하라고 하기엔 미흡하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새로 짓는 곳은 물론이고 가동중인 원전들까지 내진 능력을 실증적으로 평가하고 케이블선과 부품까지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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