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CBM 개발 과시한 北, 중국의 모호한 태도가 문제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끝이 보이지 않는다. 5차 핵실험의 진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실험을 했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밝혔다. 북한은 이게 위성 운반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장거리 미사일용 고출력 엔진 개발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리 군 당국도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 그 가능성을 알아보는 추가 실험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은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이라는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최근 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그에 따른 추가 제재조치를 논의하던 참이다. 그 와중에 북한은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용 엔진 개발 성공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가 어느 때 보다 높지만 정작 김정은 정권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더 진화된 도발로 맞받아치고 있다. 그만큼 대북 제재가 실효성이 없고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얘기다.

그 구멍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것은 중국의 모호한 태도 탓이 크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북중 접경지역에는 각종 물자를 가득실은 트럭이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시 주석이 약속한 ‘충실한 이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거래가 많은 랴오닝홍샹 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랴오닝홍샹그룹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 개발 핵심재료인 산화알루미늄 등을 수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공안당국은 이 그룹의 자산 일부를 동결하는 한편 대표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에 요청에 의해 마지못해 수사하는 시늉만 내는 것인지 실제 법적 조치가 뒤따를 것인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다른 기업까지 수사를 확대할지도 두고볼 일이다. 대북제재 동참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어물쩍 넘기고, 우회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이중적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아무리 제재 강도를 높여도 김정은 정권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핵 폭주(暴走)를 멈추게 하려면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모든 외교적 역량을 동원해 중국을 거듭 설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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