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영천전통시장 도시락뷔페

전통시장들이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수퍼마켓 등 현대식 유통공간들이 가장 많이 있는 서울의 전통시장들은 자구책이 더욱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도시락 ‘통’을 개발한 통인시장 등 성공사례가 더러 있다. 독립문영천시장도 직장인들을 위한 점심 도시락 뷔페 ‘고루고루’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어 여행할 때도 필수코스다. 영천시장도 이름부터 역사성이 강하다. 독립문 공원 뒤 안산에 오르면 약박골이란 약수터가 있었는데, ‘영천(靈泉) 약수’로 자주 불렸다. 이 약수를 마시면 신기하게도 모든 병에 효과가 있다 해서, 이 지역은 영천으로 불리게 됐다.

영천시장 주변도 이야깃거리가 많다. 시장에 서서 바라보면 말안장 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안산(鞍山) 정상이 보이고 길 건너에는 독립문이 자리잡고 있다. 김구 선생의 마지막 거주지인 경교장,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울역사박물관, 이진아도서관도 주변에 있다. 이 지역을 무대로 역사에 자취를 남긴 무학대사, 윤동주, 박완서,홍난파 등도 만날 수 있다.


영천시장에 들어오면 조선시대부터 장안의 세련된 물품과 경기도의 농산물이 서로 교환되던 대규모 장의 모습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듯하다. 꽈배기와 떡 등은 특히 유명하다. 총 점포수 137개중 음식물을 취급하는 곳이 40%를 넘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비교적 몰리지 않는 점심시간대에 5천원 정도의 비용으로 주변 직장인에게 점심을 제공하겠다는 게 도시락뷔페 개발의도다. 벌써 20여개 이상의 점포가 참여해 점심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때마침 영양밥 3종도 개발돼 1인분에 1500원씩 판매되고 있다. 반찬과 국 등은 개당 500원 단위로 선택해 고루고루 구매할 수 있다. 전통시장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영천시장의 시도는 참고할만하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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